원화 환전성 불편 이유로
관찰대상국 명단서 또 제외
정부 “역외 외환시장 거래 곤란”
단기간내 진입은 어려울 듯
한국 증시가 올해도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지수 후보국 지위를 얻는데 실패했다. 2014년 선진시장 편입의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Watch List)에서 제외된 뒤 2년 연속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2018년 선진시장 지수 편입 계획도 무산됐다. MSCI가 편입 요건으로 제시한 역외 외환시장 거래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기 곤란한 과제”라고 못 박은 만큼 향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MSCI는 15일 연례 국가리뷰를 통해 “한국 증시를 내년까지 관찰대상국에 포함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MSCI는 매년 6월 ▦선진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으로 구분된 국가별 시장분류 심사결과를 내놓는데,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야만 선진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 이번에 관찰대상국에 재편입된 뒤 내년 승격 확정을 거쳐 2018년 6월 선진지수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정부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현재 신흥시장으로 분류된 한국은 2008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뒤 이듬해부터 6년간 선진지수 편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2014년부터는 아예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빠졌다.
MSCI는 관찰대상국 지정 제외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ㆍ외화 교환이 불편하고 ▦한국거래소의 시세정보 사용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MSCI는 그간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역외 외환시장을 개설하고, 코스피지수를 바탕으로 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다른 거래소에 팔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정부가 선진지수 편입의 또 다른 걸림돌로 지적됐던 외국인 투자등록제를 24년 만에 전면 개편하고, 주식ㆍ외환시장 거래시간을 8월부터 30분 연장하기로 하는 등 ‘성의’를 보였으나 이것만으론 부족했던 셈이다.
MSCI 지수는 글로벌 펀드의 투자기준이 되는 지표로,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투자자금만 10조 달러에 달한다. 정부가 선진지수 편입에 공을 들인 것 역시 막대한 투자자금의 추가 유치를 위해서였다. 최진혁 SK증권 연구원은 “MSCI 선진지수 추종 금액은 신흥시장 지수 추종 금액의 6~10배 규모”라고 말했다. 박스권(코스피지수 1,850~2,100) 탈출을 위해서는 선진시장 진입이 절실하다고 본 것이다. 한국 증시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 다우존스 지수에선 이미 선진시장에 편입됐다.
하지만 MSCI의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가 선을 그은 만큼 당분간 선진지수 편입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점검회의에서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외환시장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국내 외환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외 외환거래 허용은 단기적으로 추진하기는 곤란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경욱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편입 기대가 적었고 미국 금리인상 여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등 대형 행사가 예정돼 있어 이번 MSCI 결정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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