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대학 연계 포럼서 바람직한 학종 머리 맞대
“스펙보다 적성ㆍ교과 성장 보여줘라”
“지적 호기심 해결 과정 기록해야”
2008년 학생부종합전형(학종ㆍ전 입학사정관제)이 도입된 뒤 처음으로 대학 입학처 책임자들과 고교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한 토론을 벌였다. 1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제1회 고교-대학 연계 포럼이 그 자리다. 포럼을 기획한 오성근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 회장(한양대 입학처장)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것은 90점, 95점을 받는 능력이 아니라 적성과 리더십, 인성 등이 종합된 진짜 실력”이라며 학종에 대한 오해와 비판을 해소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사ㆍ학부모ㆍ수험생 위한 알짜 정보 공개
발제자로 나선 각 대학 입학처장은 학종 평가 기준을 일부 공개했다. 우선 학종의 핵심 스펙으로 지목되는 바람에 학생ㆍ학부모에게 지나친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을 받아온 소논문(R&E)에 대해, 권오현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서울대는 소논문을 단 한 번도 학종 평가에 반영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자기소개서와 학교 프로필 역시 참고자료일 뿐”이라며 “학교생활기록부가 유일한 평가자료인 만큼 컨설팅업체나 사교육업체에 의존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권 본부장은 또 “입학사정관은 숫자로 기록된 내용 이면의 능력을 전문적으로 읽어내고 평가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서울대는 학종 전형의 1,2단계에 입학사정관이 전권을 갖고 서류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기록부 작성 요령도 제공됐다.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생활기록부에 학교 프로그램만 나열식으로 기록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학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평가하기 어려워 입학사정관들이 아쉬움을 토로한다”며 “교과 외 활동보다 정규 교과 활동 중심으로 학생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지원한 전공과 적성이 얼마나 적합한지 등이 잘 드러나도록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 처장은 “건국대, 서울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와 학종 전형 평가요소를 공통으로 운영하고 이를 공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며 “각 학교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평가 기준 등을 참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자리를 가득 메운 500여명의 학부모, 교사, 대학 관계자는 알짜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열기를 보였다.
“금수저 전형 아니다”… 입학처장들 한 목소리
입학처장들은 학종 전형을 둘러싼 오해를 푸는 데도 힘을 쏟았다. 특히 ‘금수저 전형’이니 특수목적고(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유리한 전형이니 하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올해 학종 전형으로 입학한 서울대 신입생의 출신 학교 유형은 일반고 49.7%, 특목고 26.1%, 자율고 23.0% 순이었다. ‘2014~2016년 서울대 최초합격자 고교 유형별 구성 비율’을 처음 공개한 권오현 본부장은 “3년 동안 자사고ㆍ특목고 수시모집 합격자 수는 제자리인 반면 일반고의 경우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며 “2014년 일반고 우수생들이 자사고로 대거 전학했던 경향을 감안하면 일반고 합격생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종 전형 이렇게… 현장 교사들은 바란다
현장의 교사들은 “잠만 자던 학생들이 학종 이후 교실로 돌아왔다”며 학종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달 일선 고교 학년부장과 진로진학부장 등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419명)의 73%가 학종 전형이 학생선발에 적합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교사들은 대학이 분명한 평가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유제숙 한영고 교사는 “예컨대 소논문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일반고 교사와 학부모에게 미치는 충격파가 엄청나다”며 “거창한 스펙은 필요 없고 학생들이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대학이 지속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