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서연] #. 직장인 임형규(36)씨는 일주일에 5~6번 편의점을 이용한다. 직장 건물에도 편의점이 있고 집 근처에도 가까운 편의점이 세 개나 있어 웬만한 먹을거리나 생필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없는 게 없다보니, 일상을 구매하는 셈이 됐다. 1인 가구인 임 씨는 소량 구매를 편의점 구매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으며 "최근에는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도록 소포장·소형화 된 상품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편의점이 주요 소비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씨와 같은 1인 가구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506만 가구(전체 가구의 26.5%)에 달할 정도로 불어난 1인 가구의 소비패턴은 식품, 유통 등 산업 분야의 소비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지난해, 편의점만 홀로 26.5% 성장하며 '나홀로 질주'를 했다. 파워컨슈머로 부상한 1인 가구는 편의점뿐만 아니라 식품업계, 가전·가구업계에도 새 바람을 일으켰다.
■ 편의점, 최고의 수혜자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최고의 수혜를 본 곳은 편의점이다. 1인 가구의 소비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해 이들에 특화된 상품들을 잇달아 출시하며 경쟁력을 갖춘 점이 주효했다.
편의점은 가깝고 점포가 많긴 하지만 대형마트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1+1, 2+1 행사에 각종 통신사 멤버십 할인 혜택, 편의점용 소액상품권이나 상품교환권의 적극 활용으로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해 1인 가구의 발길을 끌고 있다. 1인 가구의 약 35%를 차지하는 2030세대가 상품교환권뿐 및 소액상품권의 구매와 사용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이들을 편의점으로 불러들인 요인 중 하나였다.
▲ GS25 '컵 체리'. 사진=GS25
편의점에서 1인 가구를 겨냥해 내세운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단연 도시락을 들 수 있다. 김혜자(GS25), 백종원(CU), 혜리(세븐일레븐)의 얼굴을 내건 편의점표 프리미엄 도시락은 각 편의점마다 판매 순위 상위를 꾸준히 차지할 정도다. 소용량 과일·채소도 인기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원룸촌이나 오피스가 점포를 중심으로 젊은 직장인들의 구매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1~5월 소용량 과일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3.3%, 같은 기간 GS25는 45.1%, CU는 1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식품업계, "소포장·소형화가 대세"
식품업계가 1인 가구를 공략해 내세운 전략은 '소포장·소형화'다.
▲ 빙그레 '투게더 시그니처'. 사진=빙그레 페이스북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투게더'의 1인용 싱글컵을 출시했다. 투게더 출시 42년 만에 선보인 소용량 제품이다. 기존 오리지널(900㎖) 용량의 약 1/8 수준(110㎖)으로 빙그레는 이번에 출시한 더블샷 바닐라뿐 아니라 씨솔트 카라멜, 그린티라떼 등의 신제품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 오리온 파이 4종 편의점 전용 2개들이 패키지. 사진=오리온 블로그
오리온도 지난 7일 '초코파이情' '초코파이情 바나나' '후레쉬베리' '카스타드' 등 파이 4종의 편의점 전용 2개들이 패키지를 선보였다. 오리온 관계자는 "그동안 파이 제품은 여럿이 함께 나눠먹는 간식이었지만 편의점을 즐겨찾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포장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이어져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낱개 포장한 바나나와 2개로 줄인 참외 등 소포장 과일 세트를 판매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2월 소포장 과일 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안팎 성장하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도 양파 1개, 당근 1개 등 소용량의 야채를 990원에 판매하는 '990 야채'를 내놨다.
■ 가전·가구업계, "작아도 강하다"
주로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에 주거하는 1인 가구를 위해 공간효율성을 앞세운 가전·가구업계의 제품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소형 냉장고인 '슬림스타일'를 출시해 소형가전시장 선점에 성공했다. 폭과 깊이를 줄이는 대신 높이를 키워 공간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2013년 출시된 삼성 아가사랑 플러스 세탁기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세탁기능으로 수건·양말·속옷 등 매일 나오는 소량의 빨래를 바로 세탁할 수 있어 1인 가구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최근 1인 가구를 타깃으로 '꼬망스' 미니 세탁기를 출시했다. 3.5kg의 소량 세탁물을 '표준세탁' 코스로 세탁하면 기존 대용량 드럼세탁기 대비 최대 63%까지 전력을 아낄 수 있어 효율적이다. LG전자는 올해 상업용 세탁기 사업 규모를 지난해 대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빌트인 상업용 세탁기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나홀로족에 소형가구시장도 커지고 있다.
까사미아는 2013년부터 1인 가구를 타깃으로 '다운사이징 가구'를 판매한 결과, 최근 3년간 관련 제품 매출액이 매년 57% 이상 증가했다. 한샘도 1인 가구 겨냥 제품의 매출이 매년15~20%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샘 '더블유 화장대 수납장'. 사진=한샘몰
한샘의 '더블유 화장대 수납장'은 대표적으로 공간활용을 높인 제품이다. 옷장 중간에 화장대 기능을 추가해 화장대와 옷장이 모두 필요하지만 두 가지 가구를 모두 놓기에는 원룸의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 밖에도 공간에 따라 식탁을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는 현대리바트의 '어플 로테이팅 수납테이블', 에넥스의 침대 프레임을 접었다 펼 수 있는 '트랜스(Trans)' 시리즈도 1인 가구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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