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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혈통 사기극에 “몰랐다”는 여자농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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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혈통 사기극에 “몰랐다”는 여자농구연맹

입력
2016.06.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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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 사기가 드러난 첼시 리. KEB하나은행 제공
혈통 사기가 드러난 첼시 리. KEB하나은행 제공

지난 시즌 국내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뛴 첼시 리(27)가 벌인 희대의 혈통 사기극에 여자농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15일 첼시 리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과 법무부에 제출했던 자신과 아버지의 출생증명서 서류가 위조된 것이라 결론 내렸다. 첼시 리는 지난 시즌 할머니가 한국 사람인 것으로 인정받아 WKBL 규정에 따라 ‘해외동포 선수’ 자격으로 한국 무대를 밟았다. KBL(한국농구연맹)이 직계까지만 허용하는 것과 달리 여자농구는 저변 확대를 위해 조부모까지 핏줄을 인정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입양돼 자신도 한국계임을 몰랐지만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할머니가 한국인임을 알게 됐고, ‘해외동포 선수’ 규정을 알고 있던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에 진출했다는 것이 첼시 리 측 설명이었다. 첼시 리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15.2득점, 10.4리바운드로 활약했고 득점, 리바운드, 2점 야투, 공헌도, 신인상 등을 휩쓸었다. 시즌 중에도 일부 농구 관계자, 선수들로부터“피부색, 신체 조건부터 기량까지 도저히 한국인의 피가 섞여 있는 선수 같지 않다”는 의혹의 시선을 받았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용병 한 명이 더 뛴 하나은행은 첼시 리의 활약을 앞세워 리그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프로농구에서 ‘혈통 세탁’은 전례 없는 사기극으로 외국인선수 관리에 총체적 허점을 드러낸 여자프로농구의 부끄러운 민낯도 함께 드러난 셈이다.

다만 고의 여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부천 KEB하나은행에 앞서 첼시 리 영입을 검토했던 일부 구단에서 이미 서류 조작 의혹을 제기했을 만큼 어설픈 구석이 있었고, 귀화 추천 때 첼시 리도 적극적으로 화답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까다로운 서류 심사를 거쳐야 하는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굳이 태극마크까지 달려고 했었는지는 의문이다. 양원준 WKBL 사무총장은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최대한 빨리 재정위원회와 긴급 이사회를 열겠다”면서 “구단과 연맹은 에이전트가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국내에서 가능한 절차적 검토 과정을 거쳤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곤혹스러워했다. 한종훈 하나은행 사무국장은 “저희도 속았다.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구단은 앞으로 첼시 리와 그의 에이전트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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