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우승을 다툴 8강 진출국이 가려졌다. 15일(한국시간) 열린 조별리그 D조 최종 2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볼리비아를 3-0으로 완파하고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앞서 열린 같은 조 경기에서는 나란히 1승 1패씩이던 디펜딩 챔피언 칠레와 파나마가 맞붙어 난타전 끝에 칠레가 4-2로 이기면서 조 2위로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미국(A조 1위)-에콰도르(B조 2위), 페루(B조 1위)-콜롬비아(A조 2위), 아르헨티나(D조 1위)-베네수엘라(C조 2위), 멕시코(C조 1위)-칠레(D조 2위)의 다툼으로 8강 대진이 완성됐다.
이번 조별리그 최대 이변은 전통의 강호 브라질과 우루과이의 탈락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인 브라질이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에서 떨어지기는 1987년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다. 충격파를 견디지 못한 브라질축구협회는 15일 카를로스 둥가(53) 감독을 경질한다고 밝혔다. 우루과이 역시 우승 후보였음에도 19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우루과이는 간판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29ㆍFC바르셀로나)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첫 2경기에서 2연패를 당한 것이 컸다.
몇몇 터줏대감들이 빠졌지만 그 자리를 미국과 멕시코가 메웠다. 남미 6개국-북중미 2개국으로 추려진 8강에서 북중미의 거센 돌풍이 예상된다. 미국은 개최국의 이점에다 위르겐 클린스만(52) 감독의 지휘 아래 경기를 거듭할수록 조직력이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멕시코도 미국이 안방이나 다름 없어 주목해야 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다크호스는 멕시코”라면서 “경기 장소에 따라 거의 홈팀 같은 분위기가 나온다. 전술이나 멤버 구성이 월드컵 예선 때부터 좋았다”고 말했다.
브라질과 우루과이의 조기 탈락이 1993년 이후 23년 만에 패권 탈환을 노리는 아르헨티나에 결정적인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리오넬 메시(29ㆍFC바르셀로나)를 비롯해 곤살로 이과인(29ㆍSSC나폴리) 세르히오 아구에로(28ㆍ맨체스터시티) 등 초호화 정예 멤버를 총출동시킨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10골을 넣고 칠레에 단 1골만을 내줬다.
메시로서는 메이저 국제대회 ‘무관의 제왕’이라는 오명을 벗을 기회를 잡았다.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하나로 평가 받는 메시이지만 아직 FIFA 월드컵이나 코파 아메리카 우승 경험이 없다. 아르헨티나의 최대 고비는 4강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가 8강에서 베네수엘라를 꺾고 개최국 미국이 에콰도르를 제압한다면 미국과 아르헨티나의 4강 매치업이 대회 최고의 흥행 카드로 떠오르게 된다.
대회 전 브라질 탈락과 둥가 감독의 경질을 정확하게 맞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대길 KBS 축구 해설위원은 8강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뜸 “아르헨티나가 우승”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8강까지 팀 에너지를 전혀 쓰지 않고 가볍게 몸을 푼 정도다. 첫 경기 칠레전이 고비였는데 잘 풀리면서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미국과 4강전이 조금 힘들 텐데 그때부터 에너지를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탈세 등으로 심리적 불안이 우려됐던 메시의 경기력은 기우에 불과했다”면서 “이제 이과인만 터져주면 된다. 아르헨티나는 칠레와 결승에서 리턴매치 가능성도 있다. 조별리그 같은 조의 두 팀이 다시 만나는 것”이라는 예측을 곁들이기도 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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