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태권도의 본산인 국기원이 폭언과 몸싸움, 오물로 얼룩진 끝에 강행하려던 이사회도 무산됐다.
국기원은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국기원 제2강의실에서 2016년도 제2차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신임 이사와 이사장을 선출하려 했으나 태권도시민단체 및 태권도 원로들의 거센 반발에 막혔다. 국기원은 정관에 따라 이사장, 원장, 부원장을 포함한 25인 이내의 이사를 둘 수 있으나 현재 임기 만료 등으로 12명만이 재적 이사로 남아있다. 당연직 이사를 빼더라도 16일로 임기가 끝나는 홍문종(61ㆍ새누리당 의원) 이사장 자리까지 포함하면 최대 12명의 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16일로 3년 임기가 끝나는 홍 이사장은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지만 지난달 30일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기원은 지난 3일 재적이사 12명 중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이사회를 열고 오현득(64) 부원장을 신임 원장에 선임했다. 그러나 물러나겠다고 밝힌 이사장이 차기 원장을 뽑은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라는 뒷말을 낳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임기 만료를 불과 하루 앞둔 이날에도 신임 이사와 이사장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자 태권도계가 실력 저지에 나선 것이다.
20∼30명의 태권도시민단체 회원과 원로들은 이사회 개최 1시간 전부터 국기원 정문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일부는 이사회가 열릴 제2강의실 앞을 막아 섰고, 분뇨로 추정되는 오물을 회의실 복도 벽에 던지기도 했다.
사태 파악을 한 홍 이사장은 국기원에 나타나지 않은 채 ‘태권도인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태권도인들이 (신임이사와 이사장 선출을) 후임자에게 맡기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주셔서 본인은 더 이상 국기원의 임원 선출 등에 관여하지 않고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련의 파행 과정에서 홍 이사장이 오 원장과 갈등 끝에 힘겨루기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실제 이날 이사 중에서는 4명만이 참석해 결국 성원에 필요한 이사 수도 채우지 못했다. 당초 한 태권도인은“홍 이사장이 자신의 사람으로 이사진을 구성해, 퇴임 후에도 국기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런데 이사회가 무산되면서 이제 신임 이사진 구성의 키는 오 원장과 그를 추종하는 현 이사 세력이 쥐게 된 모양새다. 현재 남아 있는 11명의 이사는 대부분 오 원장의 세력이라는 것이 태권도계의 시선이다.
한편 국기원 관계자는 이날 충돌 사태와 관련해 “CCTV와 자체 촬영한 영상 등을 확인하고 법률 조언을 받아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이사회 날짜는 정하지 못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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