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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테러범 아내, 범행 계획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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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테러범 아내, 범행 계획 알고 있었다

입력
2016.06.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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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공조 여부 수사

무슬림 가정서 자란 부인 살만

“장소 답사 때 데려다 줬다” 진술

미리 알고도 당국에 신고 안 해

범인, 게이 가능성도

부친 “동성애자 혐오” 주장 불구

친구들 “동성애 성향” 속속 증언

테러 동기 등 수사과정 복잡해져

올랜드 총기테러 용의자 오마르 마틴(오른쪽)의 부인인 누르 자히 살만(왼쪽)이 페이스북에 올린 가족 사진.
올랜드 총기테러 용의자 오마르 마틴(오른쪽)의 부인인 누르 자히 살만(왼쪽)이 페이스북에 올린 가족 사진.

49명의 희생자를 낸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총기테러 사건의 진상이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극단주의 무슬림의 단독 범행이라는 당초 추정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용의자 오마르 마틴(29)의 성적 정체성과 그의 아내의 범행 공조 여부에 대해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14일 미국 NBC방송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FBI는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 용의자인 마틴의 아내가 범행 계획을 사전에 인지했지만 신고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마틴의 재혼한 부인 누르 자히 살만(30)이 범행 계획은 물론이고 총기 및 폭발물을 구입할 때도 동행했으나, 테러를 단념하도록 설득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당국에는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살만이 FBI 조사에서 ‘범행에 사용된 탄약과 권총집을 구매했을 때 동행했다’, ‘남편이 (참사 현장인) 게이 나이트클럽 펄스를 사전답사하기를 원해 차로 데려다 준 적도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FBI는 살만이 테러 계획을 알고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과 관련, 형사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계 독실한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살만은 마틴이 전처(시토라 유수피)와 이혼하고 만난 두 번째 부인이다. 살만은 둘 사이에 태어난 3살 아들과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등 단란한 결혼 생활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에서는 마틴이 친정 가족과의 접촉을 막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마틴이 아내의 가족 방문을 허락했던 것은 몇 년 전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딱 한 번이었다”고 전했다.

마틴이 동성애자 성향을 지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FBI가 동성애를 혐오한 마틴이 치밀한 준비 끝에 올랜도 게이 클럽(펄스)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기존 추정과 함께 그가 사실은 게이였다는 부문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테러 이후 마틴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적 정체성에 대해 엇갈린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부친은 “동성애자를 혐오했다”고 주장하지만, 마틴의 친구와 올랜도 지역 동성애자 사회에서는 오히려 ‘게이’ 성향을 보였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총기 테러가 발생한 펄스를 정기적으로 방문했다는 올랜도 주민 타이 스미스는 플로리다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전날 새벽 클럽에서 12차례 이상 마틴을 봤다고 주장했다. 한 목격자는 “마틴은 동성애자였고 클럽에서 남자들과 성관계를 맺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마틴의 동창생도 마틴이 자신에게 데이트를 신청했으며 함께 동성애자(LGBT) 클럽에 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와 관련, 마틴이 성소수자인 동시에 이슬람 극단주의자였다면 극심한 내적 갈등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동성애와 이슬람 극단주의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마틴의 범행 동기 등 총기테러의 진실을 풀어내는 과정이 이전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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