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게임장에서 배팅한 돈을 잃자 홧김에 업주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6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동부지검 형사4부(부장 김옥환)는 살인미수 혐의로 일용직근로자 전모(61)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게임장 입구에서 업주 김모(51)씨와 실장 송모(57)씨에게 휘발유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사행성 오락을 하다 돈을 모두 잃은 전씨는 김씨 등에게 “누구는 나비(당첨 표시)가 뜨는데 나는 왜 안 뜨냐. 내 게임을 조작한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피해자들이 조작 사실이 없다며 전씨를 설득해 돌려 보냈지만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 1.5ℓ를 산 뒤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들은 곧바로 건물 밖으로 뛰어나가 바닥에 뒹굴며 불을 껐지만 송씨는 목과 팔 등에 3도 화상을 입어 전치 7주 진단을 받았다. 김씨도 손과 배에 심한 화상을 입어 최근까지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수사 과정에서 “1,000만원을 잃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1시간에 1만원 이상 배팅할 수 없는 해당 게임의 특성상 전씨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게임에 중독된 전씨가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이 금방 꺼져서 다른 피해는 없었으나 범행 장소가 지하여서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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