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에 속한 46개 공익법인 10곳 가운데 6곳이 지난해 공익사업비를 줄이거나 아예 지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실적이 나빠진 데다 경기침체로 재단 자체 수입마저 줄어든 탓이다. 25곳은 공익사업비를 최대 64%까지 줄였고 4곳은 공익사업비를 쓰지 않았다.
15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46개 비영리 공익법인(교육목적 재단 제외)의 최근 2년간 공익사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인건비ㆍ관리비를 뺀 순수 공익사업 지출액은 2,790억원으로 2014년보다 4.1%(120억원) 감소했다. 공익사업이 이처럼 위축된 것은 총수입이 3조7,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2,490억원)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입이 감소한 것은 그룹 계열사 내부출연 기부금이 3,380억원으로 60억원(1.7%) 줄어든 데다 공익법인 수익의 대부분(87.2%)을 차지하는 병원ㆍ카페ㆍ미술관ㆍ상품판매ㆍ임대료 등 자체사업 매출이 3,000억원(8.4%) 줄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입이 줄자 대다수 공익법인이 사업비 지출을 줄이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46개 공익법인 중 지난해 공익사업비를 줄인 곳은 25곳이었고 4곳은 공익활동에 단 한 푼도 지출하지 않았다. 공익사업비를 줄이거나 쓰지 않은 곳이 전체의 63%에 달했다.
지난해 공익사업비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롯데장학재단으로 2014년 145억원에서 2015년 52억원으로 93억원(64.3%)이나 줄였다. 이는 2014년 롯데장학재단이 롯데복지재단에 출연했던 기부금 100억원을 지난해에는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롯데장학재단은 롯데복지재단에 80억원 규모의 금융자산을 이전했는데 이는 공익사업비에 포함되지 않았다. 두 재단은 롯데 오너가의 신영자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어 포스코가 설립한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공익사업비를 90억원(26.9%) 줄였고 SK 행복나눔재단도 58억원(38.6%) 줄였다. 삼성복지재단(57억원), 아산사회복지재단(23억원)도 공익사업비를 삭감했다. 이어 현대백화점사회복지재단, 미래에셋박현주재단, KT&G복지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두산연강재단도 공익사업비를 줄였다. 송파롯데장학재단, 동대문미래창조재단(두산), 임당장학문화재단(현대), 대림문화재단 등 4곳은 지난해 공익사업비가 0원이었다. 송파롯데장학재단과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은 지난해 4월, 11월 각각 설립돼 공익활동이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CEO스코어는 전했다.
반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공익사업비를 97억원에서 195억원으로 100억원가량 늘렸다. LG연암문화재단, 포스코1퍼센트나눔재단도 30억원 이상 늘렸다.
또 삼성문화재단, 한국고등교육재단(SK),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아산나눔재단(현대중공업)도 10억원 이상 공익사업비를 늘렸다. 지난해 공익사업비 지출이 가장 많았던 곳은 삼성복지재단으로 400억원의 총수입 중 270억원(67.1%)을 사용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246억원으로 2위였고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195억원), LG연암문화재단(176억원), 아산사회복지재단(173억원), 현대차정몽구재단(167억원), 한국고등교육재단(152억원) 등이 150억원 이상을 공익사업에 투입했다. 이어 CJ나눔재단(142억원), LG상록재단(132억원), 삼성문화재단(126억원) 순이다. 총수입 대비 공익사업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하림재단으로 523%를 기록했다. KT&G장학재단, 에쓰오일울산복지재단, 우정교육문화재단(부영)도 최대 123%로 총수입보다 공익사업 지출액이 컸다. 30대 그룹 공익법인의 지난해 총수입 대비 공익사업비 비중은 7.4%였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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