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험사들이 당국의 권고에도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이를 기망행위로 규정하고 위법 여부를 따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국회 입법조사처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재해사망특약 약관 관련 대법원 판결과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보험금 지급대상 여부를 알리지 않아 자연스럽게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현행법상 위법은 아니지만, 기망행위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위법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법원에서 보험사들에 재해특약의 자살보험금을 약관에 명시된 대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금융감독당국은 소멸시효 2년이 지난 보험금도 약관대로 지급하라는 권고를 했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보험사들이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2,465억원으로, 이 가운데 소멸시효가 지난 것이 23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DGB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삼성생명·한화생명·ING생명 등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규모가 큰 대형 생보사들은 관련 소송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지급하면 배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근거를 내세우며 보험금의 지급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다가 법원소송이 진행되면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데 반해, 오히려 청구권자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금 지급대상인지를 보험사가 알리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기망행위로 볼 여지가 있어 위법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조사관은 “보험사는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신뢰가 무너지면 발전 가능성도 사라진다”며 “재해특약 약관상 자살보험금 지급에 있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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