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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I비서 ‘시리’ 기술 개방… 아이폰을 손 안의 비서로

입력
2016.06.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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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업체 앱과 연동 가능케

말 한마디로 택시 호출ㆍ식당 예약

AI생태계로 아마존ㆍ구글에 맞불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애플의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애플의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자신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다른 업체가 사용할 수 없도록 문을 굳게 걸어 잠갔던 애플이 달라지고 있다.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 ‘시리’ 등 대표 서비스를 외부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전격 개방하며,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팔을 걷어 붙였다.

애플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례 개발자회의(WWDC 2016)를 열어 올 가을에 정식 출시될 새 운영체제(OS) iOS 10을 공개했다. 애플이 매년 개최하는 개발자회의는 전 세계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새로 출시할 제품과 관련 기술을 먼저 공개하는 자리다.

차세대 iOS는 ‘시리’와 문자메시지 서비스인 ‘아이메시지’, 지도 등을 다른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와 연동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앱 개발자가 시리를 차량호출 앱 ‘우버’와 연동할 경우 이용자가 아이폰에 대고 “시리야, 우버 차량을 불러줘”라고 말을 걸면 우버 앱이 자동으로 명령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아이메시지에도 다른 앱 연동 기능이 추가돼 메시지를 써서 전송하는 방식으로 송금 하거나 배달 주문할 수 있다. 문턱이 낮아진 시리와 아이메시지는 통화, 문자, 사진 검색 등 기본 기능뿐 아니라 식당 예약, 대금 지불, 운동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아이패드가 이용자의 말을 듣고 알아서 움직이는 ‘손 안의 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애플은 시리의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시리는 전 세계 이용자들로부터 1주일에 평균 2억 개의 질문을 받는데, 애플은 사용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과 실행 기능 등을 분석해 시리의 정확성과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이용자가 상당히 긴 문장을 말하거나 입력해도 이를 알아듣고, 문장을 채 완성하지 않아도 어떤 말을 할지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폐쇄적인 생태계를 유지하며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취했던 애플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2007년 첫 출시된 아이폰의 판매가 올 1분기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는 등 제품 판매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자사 기술을 개방해 더 많은 이용자들을 찾아 나서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특히 시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글로벌 IT 업체들의 격전지가 될 AI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아틀라스리서치 관계자는 “시리, 아이메시지 등의 개방은 단순히 애플이 경쟁 업체에 이 기술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넘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전 세계에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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