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 확정 전날인 12일 밤 11시, 새누리당 핵심 당직 의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상대편은 초선의원이었다. “A상임위를 희망했는데 왜 B상임위로 가게 됐느냐”는 항의가 통화의 골자였다. 이뿐 아니라 당내에선 “자기 몫 챙기기는 거의 3선급”이란 비아냥을 듣는 초선 의원이 여럿이다.
지난달 열린 초선 의원 연찬회에선 한 의원이 “(상임위나 정책위에서 입법활동을 보조하는) 수석 전문위원들이 왜 전원참석 안 했냐”고 질타하자,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부랴부랴 참석 현황과 불참 사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자유토론 시간엔 “다른 의원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으니 나는 내 소개나 하겠다”며 지역 특산물 홍보까지 하고 들어간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총선 참패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외부 혁신비상대책위원들도 느슨하긴 마찬가지다. 첫 회의 뒤 오찬자리에서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다가 “어머, 제가 실시간 검색어 1위네요”라며 미소 짓는 인사가 있는가 하면, “휴일에는 아이들과 놀아줘야 해서 회의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비대위원도 있었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까지 두 달 남짓뿐이라 당 쇄신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비대위는 선거 시즌에나 할 법한 ‘민생탐방’과 유사하게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장방문까지 하기로 했다. 일부 외부 비대위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하는 회의만으론 여론을 알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해 결정됐다고 한다. 당 민생혁신특위가 전남 신안군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맞춤형 보육제도 도입 논란 등 긴급 현안이 터질 때마다 현장 방문을 부지런히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20대 국회 들어 처음 열린 지난 10일 정책워크숍에서 낭독한 ‘계파청산 선언’은 사흘 만에 무색해졌다. 기획재정위원장 후보 경선에서 또다시 계파 선거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종구ㆍ이혜훈’ 비박계 2인방 후보에 맞서 친박계가 조경태 의원에게 몰표(70표)를 던져 당선시킨 것이다. 친박 의원들이 사전에 ‘투표 독려 전화’를 돌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밥그릇’과 특권부터 챙기는 초선의원들, 동네 마실 온 듯한 비대위원들, 한마디 말로 계파가 해체되리라 믿는 지도부 모습에서 새누리당이 총선 패배의 늪을 헤치고 나갈 위기의식은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다. 김지은 정치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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