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고기 기준, 닭ㆍ돼지ㆍ소ㆍ오리順
기름ㆍ수분 함유량 따라 차이
석쇠가 철판보다 배출량 많아
국내 연구 결과 석쇠로 생고기를 구웠을 때보다 곱창류를 구웠을 때 미세먼지가 최대 30배 정도 더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을 위해서는 직화구이보다는 철판 사용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실험에서 검증됐다.
최근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게재된 김대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 등 공동연구팀의 '고기구이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특성' 논문에 따르면 소의 양대창 부위를 석쇠에 놓고 구웠을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PM10) 양은 1㎏당 44.06g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리고기를 구웠을 때(1.51g)보다 29.2배 많은 수치다. 일반 생고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닭고기(11.26g)가 배출량이 많았고, 이어 돼지고기(8.19g)와 소고기(2.85g), 오리고기 순이었다. 실험은 고기 1.5~2㎏을 먹기 좋은 정도가 될 때까지 20분~1시간 동안 익히면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처럼 고기마다 미세먼지 발생량이 다른 이유는 함유된 기름, 수분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름기와 수분이 많을수록 고기가 완전히 타지 못하면서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게 된다. 이때 미세먼지를 포함해 일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도 나오게 된다. 양대창 등 곱창류의 미세먼지 양이 많은 것도 다른 부위보다 기름 성분과 수분이 많기 때문이다. 서영화 수원과학대 환경보건과 교수는 14일 "기름기가 적은 고기라도 양념을 쳐서 석쇠에 굽는다면 양념에 들어간 과일즙이나 간장 등 수분 탓에 미세먼지 발생량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석쇠구이보다 불판을 놓고 구웠을 때 미세먼지 발생량이 대폭 줄어드는 점도 확인됐다. 비교 실험에서 소고기의 경우 석쇠에서 구웠을 때는 1㎏당 2.8g의 미세먼지가 나왔는데 철판에서는 7분의 1인 0.4g으로 줄었다. 돼지고기 역시 석쇠에서는 7.4g이 발생했지만 철판에서는 4분의 1 이하(1.6g)로 줄었다. 김대근 교수는 "철판에서 굽게 되면 석쇠 사이로 기름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숯과 고기 기름이 만나 생기는 불완전 연소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호흡기 건강을 위해서는 직화구이 대신 철판을 사용하는 식습관 개선 필요성이 대두된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고기를 안 먹을 수는 없는 만큼 근본적으로는 찌거나 삶아서 먹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고기를 다루는 음식점을 중심으로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장치 부착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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