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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새 롯데 계열사 16곳 압수수색… 배임ㆍ횡령 3000억 훨씬 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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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새 롯데 계열사 16곳 압수수색… 배임ㆍ횡령 3000억 훨씬 넘을 듯

입력
2016.06.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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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정책본부장 시절

수백억 부채 홈쇼핑업체 인수 등

중국 M&A 관련 배임 혐의 많아

계열사간 지분 헐값 매매 통해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 가능성

총수 일가 부동산 고가 매입 의혹

일감 몰아주기도 檢 수사 초점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4일 압수수색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롯데케미칼 본사 입구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홍인기 기자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4일 압수수색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롯데케미칼 본사 입구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홍인기 기자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그룹의 컨트롤타워격인 정책본부와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계열사 6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불과 나흘 만인 14일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등 또 다른 계열사 10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전체 계열사 88곳 가운데 무려 16곳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 비리에 동원됐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어서 심상치 않다. 검찰 수사가 끝날 때쯤에는 롯데그룹 경영진의 배임ㆍ횡령 규모가 내사 과정에서 파악된 3,000억원대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년간 36곳 14조원대 인수합병… 손실 감췄나

검찰은 우선 롯데그룹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배임ㆍ횡령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은 배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신동빈 회장이 2004년 10월 정책본부장에 취임한 이후에 추진한 중국 기업 인수합병(M&A)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고 한다. 롯데는 2010년 7월 수백억원대 부채에 시달리던 중국 홈쇼핑업체 ‘러키파이’를 1,900억여원을 들여 인수했다. 영업권 명목으로 웃돈까지 얹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결과적으로 롯데에 큰 손해를 남겼다.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주로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도 ‘무리한 중국 투자’로, 중국에서 입은 손실액수만 1조원대라고 주장했었다.

롯데는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내 기업 M&A에도 적극적이었다. 2010년 1월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소주를 생산하는 두산주류BG를 5,030억원에 인수한 뒤 맥주사업에도 뛰어들었는데, 당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면세점 업계의 절대강자인 롯데면세점이 같은 해 12월, AK면세점을 2,080억원에 사들인 것도 뒷말을 낳았다. 최근 11년간 롯데가 36개 업체를 인수합병하면서 들인 금액은 무려 14조원대에 달한다.

계열사 통해 비자금 조성, 부당 자산거래도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방식, 비자금의 정확한 액수와 사용처 등도 검찰이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우선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100여억원, 200억원 정도씩을 각각 계열사들로부터 수령했다는 진술을 이들의 자금관리인들로부터 확보했다. “주주 배당금과 임원 급여를 합한 돈”이라는 게 롯데의 해명이지만, 검찰은 부외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다른 재벌기업들에 비해 계열사들 간 주식 이동이 눈에 띌 정도로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적정 주식가액에 비해 헐값 또는 고가에 거래가 이뤄진 경우가 많다. 2010년 5월 롯데쇼핑이 신 총괄회장의 스위스 소재 특수목적법인(SPC)인 ‘로베스트’로부터 롯데물산 주식 64만여주를 250억원에 장외 취득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주당 취득단가는 3만8,982원이었는데, 이는 롯데그룹 내부에서 평가된 적정가(1만6,000원대)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것이었다. 신 총괄회장에게 140억원가량의 추가 이득이 돌아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아울러 2014년 롯데쇼핑이 계열사 3곳의 롯데상사 보유 지분을 헐값에 매입함으로써 해당 계열사들은 167억원의 손실을 본 것과, 지난해 호텔롯데가 롯데쇼핑에서 롯데알미늄 주식을 400억원 이상 싼 가격에 사들이게 된 경위도 의혹을 받고 있는 대목이다.

총수 일가에 일감 몰아주기, 부동산 이익 특혜까지

검찰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부동산 고가 거래 등의 특혜 제공 부분도 면밀히 수사 중이다. 신 총괄회장의 장녀(신영자 롯데장학ㆍ복지재단 이사장)와 세번째 부인(서미경씨)이 주주인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 등 3개 업체는 롯데시네마 내 매점을 저가에 임대받아 독점 운영, 1,000억원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계열사들은 신 총괄회장의 땅도 수백억원씩 비싸게 사들이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은 수십년간 보유하던 경기 오산의 물류센터 부지를 2007년 10월 17일 롯데장학재단에 기부했는데, 다음날 롯데쇼핑은 이 땅을 700억원에 사들이기로 의결했다. 2개월 후인 12월 17일 결정된 최종 매입가격은 1,030억원이었다. 2008년 롯데상사도 인천 계양구의 골프장 건설 추진 부지를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공시지가보다 2배 이상 비싼 504억원에 사들이고, 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500억원)까지 실시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의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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