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중인 유진메트로컴
2006년 설치 입찰서도 로비 정황
검찰 1년 매달렸지만 내사종결
현재 의혹과 겹쳐 부실수사 뒷말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망사고를 계기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서울메트로와 스크린도어 정비업체간 유착 의혹을 검찰이 10년 전 이미 수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뚜렷한 혐의점을 밝혀내지 못하고 사건을 종결해 구조적 비리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4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는 2006년 이번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유진메트로컴이 2004년과 2006년 스크린도어 설치 입찰 과정에서 서울메트로 측에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였다. 유진메트로컴은 당시 서울메트로와 각각 총사업비 427억원, 451억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맺고 22년(2004년), 16년 7개월(2006년)의 독점적 사용기간을 보장받았다.
검찰은 당시 경쟁입찰 과정에서 유진메트로컴이 독점계약을 따낸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정흥식 전 유진메트로컴 사장(현 대표이사)과 신광재 전 부사장(현 사장), 계약체결 당사자인 강경호 전 서울메트로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지만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고, 2007년 내사 종결했다. 강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현재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가 대표이사인 다스(DAS) 사장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인 유진메트로컴 관련 혐의가 과거 검찰 수사 내용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부실수사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설치사업이 민간투자 대상이 아님에도 유진메트로컴과 입찰을 강행한 정황을 확보했다. 또 2004년 1차 계약 때 유진메트로컴만 단독응찰했으나 경쟁입찰의 경우 한 업체만 응찰하면, 재공모를 거쳐야 하는 내부규정을 어기고 계약을 진행한 부분도 들여다 보고 있다.
이미 서울메트로가 유진메트로컴 측에 사업비를 과다 지급한 정황은 드러난 상태다. 박진형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자체 발주로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지하철역에 비해 유진메트로컴이 공사한 역의 설치비가 3억8,000만~4억5,000만원 정도 더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도 유진메트로컴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메트로 노조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친정부 성향이었던 노조도 쉬쉬하며 사측에 적극적 해명을 요구하지 않아 명확한 결론 없이 수사가 끝났다”고 설명했다. 사건 담당 검사도 “서울메트로에 대한 수사를 한 건 맞지만 사건 종결 이유는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다른 스크린도어 정비업체인 은성PSD 역시 서울메트로와 계약했던 업체보다 사업비를 4배 가량 더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특혜 의혹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라 압수물 분석을 끝낸 뒤 과거 검찰 수사 내용도 살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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