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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축구전쟁’… 웨일스 vs 잉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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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축구전쟁’… 웨일스 vs 잉글랜드

입력
2016.06.1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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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스의 공격수 가레스 베일이 12일 슬로바키아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보르도=AP 연합뉴스
웨일스의 공격수 가레스 베일이 12일 슬로바키아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보르도=AP 연합뉴스

영국의 유명 작가이자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팬인 닉 혼비는 자전적 소설 ‘피버피치’에서 “세상에서 패배자여도 경기장에서는 승리자일 수 있다”고 일갈했다. 축구장 안은 한심한 바깥과 관련 없으며 세상의 낙오자도 (축구장 안에서)영웅처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축구 칼럼니스트 사이먼 쿠퍼는 정반대로 말한다. 그는 축구를 둘러싼 각국의 갈등을 다룬 ‘축구 전쟁의 역사’라는 책에서 “우리는 축구장에서 여전히 세상과 똑같이 행동 한다”고 일침을 놨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정치, 종교적인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지만 엄밀히 볼 때 여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경기는 없다.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유로)과 같은 국가대항전은 더 그렇다.

16일 오후 10시(한국시간) 프랑스 랑스 스타드 볼라르트 들렐리스에서 펼쳐질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유로 2016 B조 2차전도 마찬가지다.

FIFA는 한 국가에 하나의 축구협회만 인정하지만 유일하게 영국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네 개의 협회를 인정한다. 웨일스를 비롯해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자신의 땅을 침략했던 잉글랜드에 감정이 좋지 않다. 잉글랜드와 다른 나라가 경기하면 상대 팀을 응원할 정도다.

잉글랜드가 종주국 대접을 받으며 세계 축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동안 웨일스는 만년 약소국이었다. 두 팀의 역대 전적은 68승22무14패로 잉글랜드가 우위다. 특히 월드컵이나 유로 예선에서는 지금까지 10번 맞붙어 잉글랜드가 9승1무로 압도적 우세다. 잉글랜드가 11골을 넣을 동안 웨일스는 1골에 그쳤다. 웨일스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한 번도 메이저 대회에 나가지 못해 월드컵이나 유로 본선에서는 두 팀이 만난 적도 없다. 웨일스가 잉글랜드를 이긴 건 1984년 친선경기(1-0 승)가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웨일스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몸값이 1억 유로(1,323억)에 달하는 슈퍼스타 가레스 베일(27ㆍ레알 마드리드)을 중심으로 아론 램지(26ㆍ아스널), 조 앨런(26ㆍ리버풀), 애쉴리 윌리엄스(22ㆍ스완지시티) 등 멤버가 쟁쟁하다. 2012년 1월 지휘봉을 잡은 크리스 콜먼(46) 웨일스 감독은 4년 뒤를 내다보고 이들을 꾸준히 육성했다. 2010년 112위까지 떨어졌던 웨일스의 FIFA 랭킹은 작년 한때 17위까지 치솟았고 지금은 26위다. 잉글랜드(11위)와 격차가 크지 않다. 지난 4년 동안 ‘마부위침(磨斧爲針ㆍ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의미)’의 심정으로 유로를 준비한 웨일스가 잉글랜드와 한 조에 속한 건 운명과도 같다.

웨일스 팬들은 잉글랜드와 경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현지시간으로 목요일 오후 3시에 열려 학생들의 수업 시간과 겹친다. 웨일스 매체 웨일스 온라인은 ‘아이들에게 경기 시청을 허락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온라인 설문을 했는데 90% 이상이 찬성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90분 동안 아무것도 안 배워도 좋다. 이건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고 애국심을 길러줄 수 있는 기회다’ ‘열심히 하고 계속 믿는다면 최고가 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예다’ ‘잉글랜드전 말고도 모든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며 지지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가 12일 러시아와 유로 2016 1차전에서 기회를 놓친 뒤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마르세유=로이터 연합뉴스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가 12일 러시아와 유로 2016 1차전에서 기회를 놓친 뒤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마르세유=로이터 연합뉴스

양 팀의 장외 신경전도 뜨겁다.

베일은 “잉글랜드와 대결은 더비와 같다”며 “웨일스가 잉글랜드보다 더 높은 열정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로이 호지슨(69) 잉글랜드 감독은 “축구 선수와 감독이라면 무례한 언사에 익숙하다. 일상적인 일이다”고 불편한 심기를 비치며 “잉글랜드도 자존심이 높은 팀이다”고 반박했다. 잉글랜드 주장 웨인 루니(31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당연히 우리는 베일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잉글랜드인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받아 쳤다.

개최국인 프랑스는 양 팀 팬들이 충돌할 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기 당일 랑스 지역에서는 아예 술을 구입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극성스런 잉글랜드 훌리건들이 술에 취해 난동을 피우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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