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존 리(48ㆍ미국)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전 대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선 1월 이후 옥시 외국인 임원 출신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4일 리 전 대표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날 같은 혐의로 옥시의 현 연구소장 조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신현우(68ㆍ구속기소) 전 대표에 이어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 대표를 지낸 리 전 대표는 재직 중 호흡곤란 등 가습기 살균제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품 회수 및 판매 중단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제품의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 실험 등을 통해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의 허위 광고를 한 혐의도 적용했다. 그는 2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며 “제품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통해 리 전 대표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2005년부터 옥시 연구소장을 맡은 조씨 역시 유해성 검사 없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ㆍ판매해 인명피해를 내고, 옥시 제품용기에 ‘아기에게도 안전하다’ 등의 문구를 적어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데 주도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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