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증가 작년 622건
약 복용ㆍ위생관리 중단 많아
청소ㆍ치료도 간섭이라며 거부
“그대로 두면 생명까지 위험
전문기관 적극적 개입 필요”
모친 사망 후 혼자 살았던 정신지체 3급 장애인 A(62)씨는 자신을 돌보는 데 무심했다. 끼니는 컵라면과 냉동식품으로 때우기 일쑤였고, 컵라면 용기 등을 치우지 않아 50㎝ 높이로 쌓인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활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지만 약도 복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현장조사 당시 그는 영양결핍으로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졌고 손톱은 1㎝ 넘게 자라 휘어져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A씨는 돌봄을 거부했다. 병원 진료 권유, 청소 지원 등을 간섭이라고 생각했다.
아내와 이혼하고 홀로 지내는 B(68)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과거 머리를 다친 적이 있는 B씨는 먹다 남은 음식과 대소변으로 뒤엉킨 집에서 발견됐다.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파리가 들끓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지난해 초 B씨는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2~3일 만에 스스로 퇴원한 뒤 또다시 술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A씨와 B씨처럼 자기를 돌보지 않거나 돌봄을 거부하는 노인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15일 발표한 ‘2015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의 자기방임 건수는 지난해 622건으로, 2014년(463건) 대비 34.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1년 236건, 2013년 375건 등 자기방임 학대가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도 문제다.
노인학대의 일종인 개인방임은 대체로 개인 위생 관리를 하지 않거나 약 복용 등 건강 유지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재용 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가족관계가 단절된 데다 이웃까지 무관심해 철저히 고립된 경우가 많았다”며 “지속적인 상담과 의료서비스 연계 등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방임 노인이 늘어난 것은 신고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기방임을 학대로 보는 인식이 보편화하면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자기방임 사례가 많이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방임을 계속 둘 경우 생명을 위협 받는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외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인력 보강 등을 통해 자기 방임 사례를 계속해서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자기 방임을 포함한 전체 노인학대도 늘어나는 추세다. 노인학대 건수는 2011년 3,441건에서 계속 증가해 지난해엔 3,813건을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가 2,330건(37.9%)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1,591건ㆍ25.9%) 방임(919건ㆍ14.9%) 자기방임(622건ㆍ10.1%) 경제적 학대(8.8%ㆍ54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노인학대 가해자는 70%가 친족이었다. 지난해 3,441건의 학대를 가했던 행위자 4,224명 중 36.1%(1,523명)는 아들이었고, 배우자(652명ㆍ15.4%) 본인(622명ㆍ14.7%) 딸(451명ㆍ10.7%) 순이었다. 학대 발생 장소도 가정이 3,276건(85.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요양시설 등 생활시설(206건ㆍ5.4%) 병원(88건ㆍ2.3%) 등도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학대 신고의무자 직군 확대(8개에서 14개) 등 개정된 노인복지법 시행과 더불어 노인학대 예방 및 학대 피해 노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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