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한석탄공사 구조조정 방침이 폐광에서 단계적 사업축소로 한발 물러서자 강원 탄광지역과 노조의 강경 투쟁 분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앞서 도계ㆍ장성광업소 등 국영탄광 폐쇄 방침이 전해진 지난달 중순 이후 태백과 삼척지역 사회는 “폐광은 곧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고 반발해왔다. 두 곳 광업소의 직원 수는 2,600여 명으로 부양가족과 서비스업 종사자까지 감안하면 인구의 10% 이상이 석탄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한석탄공사 노조는 이날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한 것에 대해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노조는 14일 오전 원주 본사에서 긴급대의원 대회를 갖고 정부가 제시한 기능조정안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노조는 15일 예정했던 총파업과 지하 갱내 막장 단식투쟁을 철회했다. 김동욱 노조위원장은 “100%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이제라도 일방적인 폐광정책이 철회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다만 폐광 시점 근로자들의 유사기관 전직과 특별위로금 등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 구조조정안이 미흡하다는 반응도 상당수였다. 전우열 삼척 도계번영회장은 “대체산업 육성과 고용대책은 빼놓고 인원감축과 채탄량을 줄이게 되면 구조조정 후폭풍이 우려된다”며 “지역사회와 논의를 통해 상경투쟁에 나설 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유태호 태백시 지역현안대책위원장은 “단계적 구조조정을 통해 감산, 감원 속도가 속도를 내겠지만 대체산업 육성 등을 논의할 시간이 생긴 만큼 폐광 이후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학 강원발전연구원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장은 “정부가 나서 석공 구조조정과 도로망 등 인프라 개선, 강원랜드 이익 재분배 등 탄광지역이 직면한 문제를 한 데 모아 논의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태백=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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