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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추종 고교생, 3800개 사이트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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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추종 고교생, 3800개 사이트 해킹

입력
2016.06.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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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2학년 A(16)군은 내성적인 성격 탓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성적은 괜찮았지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A군의 유일한 낙은 해킹이었다. 해킹한 웹사이트 메인 화면에 자신의 트위터 아이디를 띄우면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 해킹 실적을 트위터에 공개할 때 쏟아지는 찬사도 썩 나쁘지 않았다.

A군은 2013년부터 집에서 인터넷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해킹 방법을 독학했다. 어느덧 프로그래밍 언어를 4개나 할 줄 알게 됐고, 방과 후 매일 방에 틀어박혀 해킹 수법을 갈고 닦았다. 그러던 2014년 어느 날 국제해커 조직 ‘어나니머스(Anonymous)’가 A군 눈에 들어왔다. 해킹을 수단으로 거대 권력에 대항한다는 어나니머스의 투쟁명분은 단박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A군은 구글에서 다운받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접 해킹을 시도했다.

A군은 주로 보안이 취약한 중소형 사이트를 ‘디페이스(Deface) 해킹’ 방식으로 골탕 먹였다. 메인 화면을 자신이 만든 파일로 변조하는 디페이스 해킹은 이름이나 주장을 알리려는 해커들이 주로 사용한다. 그는 해킹한 사이트 첫 화면에 어나니머스 이미지와 함께 트위터 주소를 올렸다. 해킹 실적을 트위터에 올릴 때마다 1,000여명의 팔로워들은 ‘멋있다’, ‘대단하다’며 A군을 치켜세웠다.

주변의 칭찬에 한껏 고무된 A군의 범행은 국내ㆍ외를 넘나들었다. 국내 141개 사이트, 87개국 3,706개 해외 사이트가 먹잇감이 됐다. 그가 지난해 4월부터 1년 간 해킹한 횟수는 무려 5,070 차례나 됐다. 사이트 한 곳을 해킹하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14년 10월에는 어나니머스가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려 시작한 ‘홍콩작전(#OpHK)’에 참여해 중국의 한 웹사이트를 해킹하기도 했다.

그러나 A군의 사이버 범죄 행각은 지난 4월 해킹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감시하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해킹이 죄가 되는지 몰랐다. 트위터에 해킹한 사이트를 인증하면 팔로어 수가 늘어 영향력이 커지는 게 좋았다”고 진술했다. 아들이 매일 밤 방에서 1~2시간 동안 해킹을 하는데도 부모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30일 A군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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