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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위→2위' 무서운 10대 돌풍 헨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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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위→2위' 무서운 10대 돌풍 헨더슨

입력
2016.06.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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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룩 헨더슨/사진=헨더슨 공식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한 브룩 헨더슨(19ㆍ캐나다)이 동갑내기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의 독주를 저지할 강력한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오랜 인내심의 보상이었다. 2016시즌 9번이나 톱10에 진입했지만 정점을 찍지 못하다 큰 것 한방을 제대로 터뜨렸다. 언젠가 내 시간이 온다고 자신을 달랬고 마침내 최고의 순간을 장식했다.

헨더슨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LPGA 투어의 정회원 신분조차 아니었다. 2014년 아마추어 랭킹 1위에 오른 헨더슨은 그 해 12월 프로 전향을 선언한다. 2015시즌을 시작할 때 세계랭킹이 221위였던 그는 불과 1년 6개월 만에 명예의 전당 헌액자 박인비(28ㆍKB금융그룹)를 끌어내리고 세계 2인자로 우뚝 섰다.

헨더슨은 어릴 적부터 운동에 소질이 뛰어났다. 아이스하키 골키퍼로도 자질을 보였지만 세 살 때부터 친 골프를 훨씬 더 잘했다.

캐나다 골프계의 눈에 띈 골프 신동 헨더슨은 이후 전략적으로 키워진다. 그는 2012년부터 '팀 캐나다'라고 불리는 캐나다의 골프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에 들어가 훈련해왔다. 헨더슨은 그 중에서 단연 발군이었다. 만 14세 9개월 3일 만에 프로 대회 첫 승의 감격을 누리게 되는데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여한 캐나다 투어 이벤트 대회(36홀)에서 덜컥 우승을 해버렸다. 남녀 통틀어 프로 최연소 우승 기록이 작성됐다.

슈퍼스타의 탄생을 예감한 각종 업체들에서 스폰서 제의가 물밀 듯 들어왔다. 미국 명문인 플로리다대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던 핸더슨이 마음을 바꿔 프로 전향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만 18세가 되기 전에는 회원이 될 수 없다는 LPGA 투어 규정에 걸려 곧바로 자격을 얻지는 못했다. 예선을 거치거나 초청 선수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해야 했다.

고난의 가시밭길이었지만 작심한 이상 행동에 옮겨야 직성이 풀렸다. 2015년 초 헨더슨은 골프에만 매진하고자 언니와 함께 플로리다로 이사했고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프로 첫해인 2015년 8월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시즌 최다였던 8타 차로 장하나(24ㆍBC카드) 등을 제치며 첫 우승했다. 만 18세 이전에 LPGA 투어에서 우승한 역대 세 번째 사례였다. 14년만의 우승자를 배출한 캐나다는 열광했고 헨더슨은 캐나다 올해의 여자 운동선수에 뽑혔다.

헨더슨은 타고난 운동 신경의 소유자다. 평소 골프를 치지 않을 때면 친구ㆍ가족들과 수다 떨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여느 10대 소녀 같지만 다른 스포츠를 즐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운동을 좋아한다. 언니인 브리타니가 LPGA 2부 투어에서 활약해 가족 전 구성원이 골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무시 못 할 강점이다. 아직 전문 캐디가 없는 헨더슨이 언니와 호흡을 맞춰 생애 첫 메이저대회를 거머쥔 건 시사점이 크다. 평소 핸더슨은 언니를 우상으로 여기며 그렇게 잘 따른다. 동생 역시 때에 따라 언니 경기의 캐디백을 메는 걸로 알려질 만큼 돈독하다.

스스로가 말하는 프로 인생 최대의 터닝 포인트는 공교롭게 지난해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다. 스폰서 초청선수로 참가한 대회에서 공동 5위에 입상했다. 핸더슨은 13일(한국시간) LPGA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그때 상금을 많이 따면서 나도 상금 40위 안에 들 수 있단 걸 안 순간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그 대회가 나에겐 엄청나게 큰 걸음이었다"고 떠올렸다.

270야드(약 247m)를 웃도는 시원한 드라이버가 장기인 헨더슨은 LPGA 통산 37개 대회에서 34번의 컷 통과와 2번의 우승, 13번의 톱10을 자랑할 만큼 꾸준하다. 청야니(27ㆍ대만)가 보유하고 있던 위민스 PGA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 기록(19세 4개월)을 만 18세 9개월로 깬 건 우연이 아니다. 캐나다 골프계는 1968년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산드라 포스트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메이저 트로피를 가져온 헨더슨의 등장 앞에 잔뜩 고무됐다. 더 반가운 건 그의 나이와 애국심이다. 헨더슨은 "1,2라운드에서는 내 이름을 연호하는 갤러리들에게 힘을 얻었는데 마지막 날에는 '캐나다 이겨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초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며 "캐나다를 대표하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 리우에서도 이 순간을 재현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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