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기에 응원단/사진=유로2016 공식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의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벨기에가 빗장수비의 이탈리아에 발목이 잡혔다. 예상 밖의 결과를 두고 지난 2000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벨기에는 14일(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의 스타드 드 리옹에서 열린 유로 2016 E조 조별리그 이탈리아와 1차전에서 엠마누엘레 자케리니(31ㆍ볼로냐) 그라치아노 펠레(31ㆍ사우스햄튼)에게 연속 골을 얻어맞고 0-2로 패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최근 2년간 단 2패만을 당하고 2015년 6월 유로 예선에서 맞붙은 웨일스전 이후 지지 않고 있던 벨기에다. 더구나 이탈리아는 작년 11월 평가전에서 3-1로 격파했던 상대여서 충격을 더했다. 유로 2000 이후 16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벨기에는 이번 대회 참가국 중 FIFA 랭킹이 가장 높고 스페인ㆍ독일과 우승 후보 3강으로 거론될 만큼 선수 구성이 막강하다. 에당 아자르(25ㆍ첼시)를 필두로 케빈 데 브라이너(25ㆍ맨체스터 시티), 악셀 비첼(27ㆍ제니트), 마루앙 펠라이니(2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으로 구성된 황금세대는 20대 중후반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아자르-브라이너-드리스 메르텐스(29ㆍSSC 나폴리)-야닉 카라스코(23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구성된 공격 2선이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무기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웨덴 아일랜드와 함께 죽음의 E조에 묶였지만 벨기에의 조별리그 통과를 의심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던 배경이다. 이날 이탈리아전도 경기 내용에서는 볼 점유율 55%:45%, 슈팅 개수 18개:11개로 벨기에가 시종 리드를 했다.
그러나 실속이 없었다. 벨기에 대표팀의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24ㆍ첼시)가 "모든 면에서 압도당했다"고 할 만큼 이탈리아 특유의 강력한 질식 수비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만큼 이탈리아가 저력이 있었다. 대회 전 한물간 전력이라는 평가를 비웃듯 빗장 수비는 물론 날카로운 역습과 놀라운 골 결정력으로 이기는 축구를 펼쳤다. 반면 벨기에는 믿었던 공격 2선이 중원에서 막히며 활로를 열지 못하는 답답함을 연출하다 무릎 꿇었다.
공교롭게 벨기에는 마지막 본선 무대였던 유로 2000에서도 이탈리아와 함께 B조에 속했고 2차전에서 0-2로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6년 전 악몽 재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일정도 장담 못한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ㆍ파리 생제르맹)가 버티고 있는 스웨덴은 부담스러운 상대이고 아일랜드 역시 끈끈한 조직력이 돋보이는 팀이다. 조 최하위로 떨어진 벨기에는 아일랜드와 2차전에서 무조건 승점 3을 확보한 뒤 스웨덴과 최종전을 대비해야 한다.
벨기에의 약점은 빈센트 콤파니(30ㆍ맨시티)가 부상으로 빠진 수비진과 경험이다. 마르크 빌모츠(47) 감독은 유로 2016 참가 팀 중 평균 연령이 네 번째로 어린 선수단을 이끌고 우승을 자신했다. 큰 경기에 유독 강한 이탈리아의 관록 앞에 일격을 맞았지만 반대로 젊은 선수들이 가장 노련한 상대를 맞아 첫 경기부터 값진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라고 했다. 벨기에는 워낙 멤버들의 개인 능력이 출중하고 화력이 강하다. 이번이 본선 진출 5번째인 벨기에는 1980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으로 1972년에는 3위를 차지했다. 황금세대는 내심 사상 첫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어 여전히 동기부여가 남다르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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