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라터(80ㆍ스위스)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추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블라터 회장은 14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언론 라 나시온과 인터뷰에서 과거 조 추첨 조작을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조 추첨에 사용하는 공을 미리 얼려놓는 수법으로 조작이 가능하다”면서도 어느 대회 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FIFA 회장으로 재임할 당시에는 조작이 없었다. 아르테미오 프란키(이탈리아) 유럽축구연맹(UEFA) 전 회장 재임 당시 (부정행위가) 벌어졌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프란키 회장은 1972년부터 11년 동안 UEFA 회장을 맡았고 1974년부터 9년 동안 FIFA 집행위원도 역임했다. 그는 1983년 8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조 추첨 부정행위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02년 한ㆍ일월드컵 조 추첨 당시 브라질 언론은 프랑스와 중국이 개막전을 갖도록 FIFA가 조작했다고 보도했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이탈리아 공영방송이 조 추첨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이탈리아가 가나, 체코, 미국과 함께 이른바 ‘죽음의 조’에 속하자 채널 스카이 이탈리아는 “추첨자로 나온 로타어 마테우스(독일)가 이탈리아를 죽음의 조에 빠뜨리려고 조작했다. 4그룹 포트 안에 있는 공의 온도를 다르게 해서 구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테우스는 “미친 소리다”며 격분했고 블라터 회장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이탈리아는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블라터 회장은 이제 와서 “조 추첨에 사용되는 공을 미리 얼려놓을 경우 추첨자는 공의 온도 차이를 미세하게 느낄 수 있다”고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블라터 회장의 뒤늦은 폭로에 반응은 냉소적이다. 누리꾼들은 ‘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서야 그런 말을 하는 저의가 뭐냐’ ‘블라터의 말을 제일 못 믿겠다’며 비난하고 있다.
현재 블라터 회장은 부패 혐의로 스위스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작년 12월 6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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