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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네팔 간 문재인 두고 ‘여의도 설전’, 왜?

입력
2016.06.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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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네팔로 출국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측 제공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네팔로 출국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측 제공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아침 원내대책회의에서 갑자기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이름을 꺼냈습니다. 전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를 다루면서 문 전 대표와 지용호 전 서울메트로 감사의 연관성을 문제 제기한 부분을 언급하면서 “정 대표가 문재인 후보와 지 감사가 같이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공격했다”며 “개원 첫날 이슈를 정쟁으로 시작하나. 이것이 협치고 상생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구의역 문제는 국민안전 문제고 19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조건에 대한 문제인데 이걸 갑자기 대선 후보 공격용으로 쓰는 저의가 뭔가”라며 “안전 민생 문제를 정쟁으로 비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집권당이 이런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쓰는 데 대해서 전 국민이 개탄할 것이라 지적하고 싶다”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더민주의 공식 회의 석상에서 좀처럼 ‘문재인’이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당의 전 대표이자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지만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있기 전까지 당내 분란의 씨앗으로 여겨졌던 ‘친노(노무현)ㆍ친문(문재인)’과 ‘비노ㆍ비문’의 갈등의 악몽이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때문인지 공개된 자리에서는 ‘금기어’ 처럼 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 원내대표가 그 이름을 꺼낸 것은 새누리당의 정치 공세를 한 박자 빨리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우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이날 당 공보실은 일선에서 물러난 문재인 전 대표와 사고 수습에 여념이 없는 박원순 서울시장 흠집 내기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새롭게 출발하는 20대 국회를 혼탁하게 만들어 정쟁으로 이끌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공식 논평을 냈습니다.

이에 질세라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 회의에서 전날에 이어 또 다시 문 전 대표를 공격했습니다. 정 원내대표는 “저와 문재인 전 대표 사이에 구의역 사고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 차가 있는 것 같다”며 “구의역 사고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철통 같은 과보호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착취로 귀결된 것이다.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이 하청업자에게 440만원씩 월급을 주는 일이 월 140만원를 받고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비정규직 김군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결이 이 사태를 바라보는 본질적인 시각이 돼야 한다”며 “문 전 대표는 마치 국가에 의한 착취, 자본에 의한 착취에 갇혀 있는 게 아닌가. 이런 낡은 프레임은 현 경제 상황과 맞지 않다”고 힐난했는데요.

이렇듯 여야가 문재인 전 대표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인 그 시각 당사자인 문 전 대표는 네팔에서 첫날 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네팔의 시각이 한국보다 3시간 15분 느린 점을 감안하면 두 당의 회의가 열린 9시 무렵에는 새벽이었으니까요. 전날(13일) 오후 1시35분 인천공항에서 네팔 행 대한항공 KE695편에 몸을 실은 문 전 대표는 약 6시간30분의 비행 끝에 오후 5시쯤(현지시각)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고 합니다. 네팔한인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어제 오후에 도착한 소식은 카드만두 지역 한인들이 많이들 알고 있다”며 “여기서 차로 7~10시간 정도 떨어진 지진 피해 지역에서 자원 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는데요. 이번 네팔 방문에서 문 전 대표는 지난해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학교ㆍ고아원 등에서 시설 복구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일일교사 강의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일정에 대해 “지진피해 현장에서 여러 형태로 구호 활동에 땀을 쏟는 다양한 그룹의 우리 젊은이들과 동포들을 만나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할 계획”이라며 “네팔 정부 인사들과의 면담 일정은 잡지 않았으며 귀국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아울러 히말라야 트레킹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는데요. 출구에 앞서 자신의 SNS에 “천리행군을 떠나는 심정”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문 전 대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중단하고 돌아온 후 12년 만에 다시 떠나는 히말라야 트레킹이다. 나라에 어려운 일들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다. 특전사 공수부대에서 군복무할 때 했던 ‘천리행군’을 떠나는 심정이다”라며 “많이 걸으면서 비우고 채워서 돌아오겠다”고 전했습니다. 문 전 대표는 7월 초까지 네팔 현지에 머물 예정인데요.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전 대표의 네팔행을 두고 ‘여의도와 거리 두기’ 차원의 행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개인적 시간을 가지며 대선 출마 등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계획을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8월 27일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문 전 대표가 개입하는 모양새가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를 문 전 대표가 받아들여 결정했다는 것인데요.

비록 문 전 대표는 멀리 네팔에 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곳곳에서는 더민주의 다음 당 대표 선거는 결국 문 전 대표나 당내 최대 세력을 형성한 ‘친노ㆍ친문 진영’에서 누구를 미느냐에 따라 결과가 결정될 것이라는 해석,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활기를 띠기 시작한 개헌 논의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 것인가 하는 추측 등 ‘문재인’이라는 이름은 계속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문 전 대표가 돌아올 예정인 7월 초는 차기 당 대표 경선에 참가할 예비 후보들의 등록 기간 시작 전이기 때문에 문 전 대표가 돌아와서도 개입하려고만 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명분 쌓기 용’이라는 말도 돕니다.

정치인이라 행보 하나하나에 정치적 해석이 곁들여 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네팔행은 평소 문 전 대표의 스타일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점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알려진 김경수 의원(경남 김해을)은 “문 전 대표는 몸을 혹사시키며 한숨 돌리는 스타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소에도 쉬는 날이면 경남 양산 자택이나 올 초까지 머물렀던 서울 구기동 자택의 뒷산을 수시로 오르내렸던 터라 네팔행 역시 한 편으로는 고행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힐링 차원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이죠.

참고로 여의도의 정치부 기자들 역시 주요 취재원인 문 전 대표의 네팔행에 대해 해석들이 분분합니다. 일거수일투족을 챙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한 동안 편해질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네팔 일정 자체가 한국인들을 만나는 프로그램들이 여럿이라 혹 현지에서 기사 거리가 터져 나오는 것 아니냐며 조마조마해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러다 혹시 네팔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구요.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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