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진용이 갖춰졌다.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가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 등 기존 멤버에 이어 신참 남주혁까지 출연진을 확정해 촬영에 들어갔다.
‘삼시세끼’하면 출연자의 이름보다 별명이 먼저 떠오른다. ‘차주부’(차승원)와 ‘참바다’(유해진) ‘쓸데없이 잘 생긴 녀석’(손호준) 등 제작진이 멤버들의 특성을 살려 붙여준 애칭이 먼저 다가온다. 벌써부터 남주혁의 별명은 뭐가 될지 궁금해진다. 100분 방영 시간 내내 출연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은근슬쩍 깔리는 자막의 힘이 별명을 뇌리에 각인시킨 이유일 게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은 ‘자막만 읽어도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막 과잉 시대다. 지상파 방송이든 케이블 채널이든 자막 없는 예능프로그램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SBS 요리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 천왕’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일본 방송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백종원이 각 지역마다 맛 기행을 다닐 때 먹는 음식이 나오면 화면의 4분의 1를 차지하는 큰 글씨로 요리 이름을 자막으로 붙여서다.
아예 자막을 화면 한가운데 넣는 ‘파격 센스’도 발휘한다. 지난 2월 순대편에서는 ‘아는 만큼 맛있다 익산 ‘ㅈ’ 순댓국밥에서 국수는 진리’, ‘빠알간 순댓국과 국수사리의 극적인 상봉’ 등 자막이 화면 중앙을 차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지난 1월 방송된 MBC ‘무한도전’,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tvN ‘꽃보다 청춘-아이슬랜드’의 자막 사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약 3초당 1개꼴의 자막을 방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한도전’이 평균 2.97초당 1개, ‘1박2일’은 3.35초당 1개, ‘꽃보다 청춘’은 3.93초당 1개였다.
지난 3월 나영석 PD는 ‘꽃보다 청춘-아프리카’의 자막 문제로 방통심의위에 출석해 의견진술까지 했다. ‘이실직고하자만 보검이는 이미 노팬티 상태’, ‘독고다이’ 등 제작진이 출연자의 속내와 상황을 부연 설명하거나 출연자의 말을 받아쓰는 자막으로 권고 조치를 받았다. 재미도 좋지만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달라는 당부였다.
이쯤 해서 ‘삼시세끼’가 무자막 예능을 선도해 봄직하다. 출연자들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 찾아 시청자들까지 휴양한다는 느낌을 주어야 할 ‘삼시세끼’를 볼 때마다 자막으로 피로도가 쌓여가는 모순이 있으니까 말이다. 시청자는 고즈넉한 시골 집을 바라보는 것 자체와 그곳에서 자급자족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풍경만으로도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 굳이 무의미한 자막을 넣어 제작진 스스로가 추구하는 힐링 프로그램의 목적까지 훼손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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