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이혜훈ㆍ이종구에 낙승
정무위ㆍ법사위 등 결국 짬짜미
후보 3명이 전ㆍ후반기 분담
새누리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결정을 ‘짬짜미’로 끝냈다. 20대 국회 전반기 임기 2년을 ‘1+1’로 쪼개 2명의 의원이 나눠 맡는 꼼수에, 후반 2년을 책임질 위원장 후보까지 내정하는 구두합의도 동원됐다.
새누리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 몫의 상임위 8곳 중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맡는 운영위원장을 제외한 7자리의 교통정리를 했다. 경쟁 의원들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기획재정위와 안전행정위는 후보들이 선거 기탁금 500만원을 내고 경선까지 치렀다.
비박계 경제전문가인 3선의 이종구ㆍ이혜훈 의원과 야당에서 이적한 4선 조경태 의원이 맞붙은 기재위원장 후보 경선은 70표를 얻은 조 의원의 낙승으로 끝났다. 조 의원의 선수가 높은 데다 친박계 의원들이 강경파 비박계 대신 조 의원에게 몰표를 던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혜훈 의원은 유승민계이고, 이종구 의원은 옛 강재섭계로 비박계 내에서도 ‘독자 인사’로 분류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에 있다가 우리 당으로 넘어온 지 5개월밖에 안 된 조 의원이 70표나 받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식이면 8월 전당대회도 다수파인 친박계 뜻대로 흘러갈 것”고 말했다. 유재중ㆍ이명수ㆍ박순자 의원이 경합한 안행위원장 후보 경선에선 유 의원(53표)이 승리했다.
나머지 상임위원장 자리는 후보 의원이 2명인 경우엔 전반기 임기 2년을 ‘쪼개기’로, 3명이면 후반기 2년을 미리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정무위원장은 이진복 의원이 전반기 첫 1년을, 김용태 의원이 뒤이은 1년을 맡고, 나머지 후반기 2년은 김성태 의원이 담당하기로 했다. 법사위원장 역시 권성동ㆍ여상규 의원이 전반기 2년을 1년씩 나누고, 홍일표 의원이 하반기 2년을 분담하도록 했다. 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은 신상진ㆍ조원진 의원이, 국방위원장은 김영우ㆍ김학용 의원이, 정보위원장은 이철우ㆍ강석호 의원이 전반기 2년을 나눠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해본 적도 없는 상임위의 위원장에 내정된 의원도 여럿이다. 미방위원장을 나눠 맡기로 한 신상진ㆍ조원진 의원, 국방ㆍ정보ㆍ정무위원장에 각각 후순위로 내정된 김학용ㆍ강석호ㆍ김성태 의원이 그렇다. 안행위원장으로 결정된 유재중 의원은 물론 경선에 출마한 이명수ㆍ박순자 의원도 안행위 경험이 없는 의원들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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