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계열사 호텔롯데, 롯데쇼핑 역외탈세 집중 조사했지만 허탕
檢 수사로 탈세 혐의 드러나면 국세청 봐주기 의혹 제기될 듯
검찰이 지난 10일 신동빈 그룹 회장 자택 등 17곳의 동시 압수수색으로 롯데그룹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 2013년에 있었던 국세청의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시 재계의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포함해 대규모 조사 인력을 투입하고도 왜 뚜렷한 성과물을 내지 못했는지 궁금증이 다시 커지는 양상이다.
13일 세무당국에 따르면 서울국세청은 2013년 2월 호텔롯데에 대해 세무조사에 나선 데 이어 그 해 7월 롯데쇼핑 조사에 나섰다. 당시 롯데 측은 “정기조사일 뿐”이라고 했지만 기획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을 포함해 150명 가량의 조사인력이 대거 투입돼 단순 정기조사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세무조사 대상이 그룹을 대표하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라는 점에서 조사가 그룹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조사 인력에 역외탈세 조사를 담당하는 국제거래조사과 인원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도 의미심장했다. 역외탈세는 그 해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 초기 역점사업으로 강조한 지하경제 양성화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국세청 관계자는 “당시 해외 쪽 은닉 재산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듬해 2월 국세청은 롯데쇼핑에 63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조사를 마무리했다. 당시 국세청은 “일본 롯데와 해외 법인 등을 이용한 탈세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봤지만 특별한 혐의는 없었다”고 했다. 탈세 등으로 인한 검찰 고발도 이뤄지지 않았다. 롯데시네마가 매점사업권 등을 통해 세금을 일부 탈루했고, 롯데상사와 대홍기획 등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게 국세청이 내놓은 조사 결과의 전부였다. 한쪽에서는 “롯데가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기업”이라는 얘기가 나왔고, 다른 한쪽에서는 “봐주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은 이번 검찰 수사로 당시 국세청 조사가 함께 언급되고 있는 것에 난감해 하는 눈치다. 국세청 관계자는 “검찰 고발 여부는 조사국에서 자의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고 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결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후 검찰 고발 여부는 각 지방국세청에 내·외부 인사 15명으로 구성된 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서의 심의를 거쳐 결정이 된다는 것일 뿐, 봐주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검찰 수사의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번 수사에서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탈세, 특히 역외탈세 혐의가 드러날 경우 상당히 난처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정당국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당시 국세청 조사의 부실함이 얼마든지 드러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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