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중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마른 몸매를 갖고 싶어하는 게 현대인의 열망이다. 현재 기준으로 마르고 멋진 몸매를 가지지 못한 사람은 식이요법, 운동요법부터 시작해 각종 살 빼는 약과 한방요법, 다이어트 식품을 찾기도 하고 지방흡입수술을 하기도 한다.
필자 생각으로는 고도비만수술에 대한 오해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즉, 많은 사람이 생각하기에 고도비만수술은 마르고 싶어하는 사람이 최후에 선택하는 값비싼 미용수술 정도인 것이다. 대단히 잘못된 오해이자 편견이다.
고도비만수술은 말 그대로 고도비만환자에게 시행하는 수술이다. 고도비만수술은 인체 외면에 가하는 지방흡입 같은 수술이 아니라, 위나 장을 이용해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거나 영양소 흡수를 줄이는 수술이다.
대표적인 고도비만수술로는 위밴드술,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이 있다. 아시아인의 고도비만수술 기준은 체질량지수(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5㎏/m2 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 30㎏/m2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다. 물론 체질량지수 하나만으로 환자 건강상태를 판단하여 수술기준을 정한다는 것에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근육량이 굉장히 많은 보디빌더의 경우 체중과 체질량지수만으로는 고도비만환자로 분류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이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체질량지수는 비만정도를 잘 반영하고 측정이 쉬워 비만과 고도비만수술 기준으로 널리 쓰인다.
쉽게 말해 고도비만수술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각종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거나 시달리고 있는 고도비만환자를 ‘치료’하는 수술이다. 좀더 마르고, 예뻐지기 위한 ‘미용’ 수술이 결코 아니다. ‘체중을 줄이려고 위절제수술을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위암환자가 위를 잘라내는 것에 반문하지는 않는다. 위암은 위를 잘라내지 않으면 몇 개월, 몇 년 안에 암이 온 몸으로 퍼져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암처럼 과격하고 급진적이지 않지만 고도비만은 서서히 우리 몸을 침식해 각종 질환을 일으키고 사망률을 높인다.
고도비만수술은 체중감소와 동반질환 개선에 효과적이다. 더구나 이런 효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물론 고도비만이라도 생활습관 개선, 운동, 약물요법과 같은 비수술 요법으로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효과가 없고 체중이 더 늘거나 당뇨병과 같은 동반질환이 더 악화되면 고도비만수술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최근 한 유명가수의 죽음으로 고도비만수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고도비만수술이 대부분 복강경수술로 시행되고 합병증도 낮아 제대로 된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 또한 수술하면 건강과 삶의 질이 좋아지는 긍정적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고도비만수술은 2018년 국민건강보험 급여화를 앞두고 있다. 그 때까지 고도비만과 수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도록 교육과 홍보가 시급하다. 고도비만환자가 당연히 자신의 ‘질환’을 치료받을 수 있게 병원을 찾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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