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외교ㆍ안보현안을 두고 미국과 얼굴을 붉힌 데 이어 독일과도 경제ㆍ사회분야에서 충돌했다. 국력 증가에 따라 국제사회 내 전반적인 지위가 향상됐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고 견제도 커진 것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3일 중국을 방문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양국 정부간 협상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외국투자자들을 위한 공정한 경쟁체제 확립, 철강 과잉생산 삭감 노력 등을 약속했다. 메르켈 총리가 외국투자자에 대한 시장개방을 촉구한 데 대한 화답이었고,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에 따른 덤핑공세를 우려하고 있는 점까지 의식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중국이 기대했던 시장경제지위(MES) 부여 문제와 관련, “전문가들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해 10월 방중 당시 “원칙적으로 중국에 MES를 부여하는 데 찬성한다”고 했던 것에 비해 훨씬 후퇴한 것이다. 시진핑 (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메르켈 총리와 면담을 갖고 MES 부여를 간접 촉구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확답을 피한 채 같은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MES 획득 문제에 있어 독일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았지만 결과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 됐다. 미국이 이미 공개적으로 중국의 MES 부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그간 이에 우호적이었던 독일마저 등을 돌린 결과가 된 셈이다. 리 총리가 전날 청나라 황실의 여름별궁인 이화원을 찾은 메르켈 총리를 위해 ‘가이드’까지 자처했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선진국들의 요구에 따라 ‘비시장경제지위’를 최장 15년간 감수키로 했고, 이로 인해 수출품의 반덤핑 조사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MES를 부여 받는 것을 지상목표로 설정, 독일을 통해 EU의 지지를 끌어내고자 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EU 국가들은 저가 철강제품 등을 비롯한 중국의 값싼 상품 유입에 맞서 자국의 제조업체 보호를 주장해왔고 그 여파로 중국의 EMS 부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메르켈 총리도 자국 철강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해외 비정부기구(NGO) 관련입법을 두고도 독일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됐다. 중국이 그간 명확한 인가ㆍ활동 기준을 확립한 것이라면서도 공개적인 언급을 껄끄러워 해온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는 “중국의 새로운 입법이 NGO 활동에 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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