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서연]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잃은 돈들이 상대적으로 이자가 높은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향하면서 제2금융권에 맡겨진 돈이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제2금융권에 2,022조원 맡겼다…사상 최대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비은행금융기관의 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수신 잔액은 2,022조147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은행금융기관은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등 이른바 2금융권을 가리킨다. 대부업체는 포함되지 않는다. 비은행금융기관 수신액이 2,000조원을 넘은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3년 이후 처음이다.
수신액은 1993년부터 꾸준히 늘었다.
1993년 10월 249조335억원에서 2008년 1월 1,012조7,762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고 2013년 말 1,576조979억원, 2014년 말 1,735조1,814억원, 작년 말 1,911조1,451억원으로 계속 불었다. 작년에는 175조9,637억원(10.1%) 늘면서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월 수신액 2,022조147억원은 작년 12월과 비교하면 불과 넉달 사이 110조8,696억원(5.8%) 급증했다. 작년 1~4월 증가액이 104조9,467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5조9,229억원 많은 수치다.
금융기관별로는 자산운용사에 가장 많은 돈이 맡겨졌다. 올해 1~4월 자산운용사는 작년 말보다 33조1,559억원(7.8%) 늘었다. 생명보험사는 15조645억원(2.7%), 상호금융은 4조2,342억원(1.5%) 각각 늘었고 새마을금고는 3조7,672억원(3.4%), 저축은행은 1조8,689억원(5.0%)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저금리 영향으로 제2금융권에 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저축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총저축률은 36.2%로 전 분기보다 1.8% 포인트 상승했다.
▲ 연도별 비은행금융기관 수신액. 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 은행 예금 증가세는 주춤
2금융권과 달리 은행 수신액은 올해 증가세가 주춤하다. 지난 4월 말 은행의 예금 잔액은 1,171조3,484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7조6,210억원(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한해 은행의 예금 잔액은 83조1,841억원(7.7%) 늘어났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낮추면서 2금융권 쏠림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05%로 연 1%대인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예금금리보다 조금 더 높다. 거래금융회사가 문을 닫더라도 '내 돈'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인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파산해도 법적으로 1인당 5,0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어 안전하게 돈을 굴리는 것이 가능한 것도 이와 같은 추세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돈이 많이 몰려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노릇이다. 돈이 많이 들어와도 운용이 마땅찮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돈을 굴릴 데가 없으니 수신금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하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떨어져도 0.25%P 정도의 차이는 유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