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브룩 헨더슨과 뉴질랜드의 리디아 고는 열아홉 살 동갑내기다. 리디아 고가 5개월 빨리 태어났다. 만 18세 이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멤버가 된 것은 리디아 고, 헨더슨 등 3명에 불과할 정도로 둘은 ‘천재 골퍼’로 불린다.
이 둘이 처음 만난 것은 아마추어 신분이던 2012년 LPGA투어 캐나다 오픈으로 당시 최연소 출전자였던 헨더슨은 LPGA 사상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의 그늘에 완전히 묻혔다. 이듬해 리디아 고는 캐다나오픈에서 또다시 우승을 거머쥐었다. 헨더슨은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컷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헨더슨은 자신의 조국에서 열린 내셔널 타이틀 챔피언십을 2연패 한 리디아 고의 활약에 큰 자극을 받았다. 이 후에도 이들 천재 골퍼의 맞대결은 번번이 리디아 고의 압승이었다. 그 사이 어느덧 리디아 고는 여자골프 세계 최강자의 자리에 올라섰다.
하지만 올 시즌 두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다시 맞붙은 두 골프 천재의 전쟁은 브룩 헨더슨의 승리로 끝이 났다. 헨더슨은 역대 최연소 메이저 3연승을 노리던 리디아 고를 연장전에서 꺾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헨더슨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의 사할리 골프클럽(파71ㆍ6,624야드)에서 열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로 6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렀다.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를 기록해 리디아 고와 동타를 이룬 헨더슨은 연장 첫홀에서 버디를 낚아, 파에 그친 리디아 고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52만5,000달러(약 6억1,500만원)다.
1997년 9월 10일생인 헨더슨은 만 18세 9개월 2일의 나이로 이 대회 역대 최연소 우승자로 기록됐다. 골프 실력뿐만 아니라 수려한 외모까지 더해져 캐나다와 미국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헨더슨은 골프채를 잡기 전에 아이스하키를 했다. 운동선수로는 비교적 작은 키(162㎝)인 헨더슨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미국골프협회 최대 허용치인 48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67야드로 LPGA 선수 가운데 10위에 올랐다.
헨더슨은 지난해 8월 LPGA 비회원 자격으로 포틀랜드 클래식에 출전해 첫 우승을 일궈냈다. LPGA 투어 2년차에 메이저까지 제패한 헨더슨은 세계랭킹에서 박인비(28ㆍKB금융그룹)를 제치고 2위로 도약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9월 에비앙 챔피언십, 올해 4월 ANA 인스퍼레이션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3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헨더슨에게 덜미를 잡혔다. 리디아 고는 LPGA 투어에서 이번까지 4차례 연장전에 나서 처음으로 패했다.
헨더슨은 이날 신들린 퍼트를 앞세워 선두 리디아 고를 무섭게 추격했다. 11번홀(파5)이 추격의 서막이었다. 세컨드샷을 그린 프린지에 올린 뒤 퍼터로 30m 가까이를 굴려 이글을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2타를 줄이며 1타 차로 리디아 고를 압박한 헨더슨은 17번홀(파3)서 1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공동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18번홀서 진행된 연장 첫 홀에서 리디아 고는 두번째 샷을 핀 5m에 떨어뜨린 반면 헨더슨은 핀에서 1m도 안되게 붙여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돌풍을 일으킨 에리야 쭈타누깐(21ㆍ태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5언더파 279타로 3위에 오르는 빼어난 성적을 냈다. 이미림(26ㆍNH투자증권), 박희영(27), 유소연(26ㆍ하나금융그룹)은 나란히 공동 4위(2언더파 282타)를 기록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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