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은 1996년 SBS 공채로 연예계 데뷔해 20년간 배우로 살았다. 10년간의 긴 무명생활 끝에 꽃중년, 연기본좌, 아재파탈 등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또 다른 10년을 보냈다. 다가올 10년은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킬 차례다. 김명민은 "트렌드에 따라 수식어도 변하는 것 같다. 그런데 진짜 잘 하는 형님들 보면 이름 하나로 충분하다. 수식어는 필요 없다. 그냥 이름이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1년 만인데,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어떤 작품인가.
"지난해 '조선명탐정' 개봉하고 관객들을 오랜만에 만난다. '특별수사'는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시원한 사이다 같은 영화다. 찍을 땐 힘들었다. 권종관 감독님이 오래, 대단하게 찍으실 줄은 몰랐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권 감독님이 굉장히 디테일하다. 라면 먹는 짧은 장면이 있는데 다섯 개 정도 먹었다. 감독님의 강한 의지가 보여서 모든 디렉션을 잘 따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가끔 한계가 느껴질 땐 울컥해서 개인면담도 신청했다."
-감독 성격 때문인지 영화에 숨겨진 디테일이 많더라.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이다. 때론 작위적인 설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줄거리 이해를 돕는다. 주인공 필재의 감정을 잘 따라가실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주인공은 '사'자 직업인데, 필재는 사무장이다.
"독특해서 좋았다. 변호사는 다른 작품에서 해봤으니까 이왕이면 안 해본 사무장이 좋지 않겠는가. 필재가 일반적인 성격의 소유자도 아니라서 더 끌렸다."
-특히 패션센스가 남다르더라.
"사실 남자 옷은 거기서 거기다. 수트 핏의 차이 정도가 있겠지. 필재는 돈의 맛을 아는 사무장이니까 화려한 타이를 많이 착용했다. 속물근성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캐릭터가 분명해서 시즌2가 예상되는데 염두한 부분이 있나.
"내가 본 필재는 그냥 사형수의 편지로 인해 벌어진 사건들을 '똥 밟았네' 정도로 생각한다. 확고한 나름의 분석이 있어서 연기한 것이지, 시즌2를 의도한 설정은 전혀 아니다. 시즌2는 계획 없다."
-원톱 주연에 콤비가 있는 설정이 '조선명탐정'과 비슷하다.
"그런 작품이 많이 들어온다. '조선명탐정'에서는 오달수와 했고 이번엔 성동일과 호흡을 맞췄다. 무명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연기는 수월했다."
-작품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
"일단 원톱만 찾는 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작품들이 많이 들어온다. 멀티캐스팅이라도 내가 보여줄 역할이 분명하면 당연히 한다. 흥행이 보증된 영화라고 해서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나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성취를 얻는 사람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되는 역할이면 약간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
-주로 남자들과 많이 연기하는데.
"편하다. 남자들하고 잘 맞는다. 어려서부터 또래들을 몰고 다니는 그런 기질이 있었다. 후배들도 잘 따라줘서 고맙다."
-친한 동료나 후배가 있나.
"이번에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같이 한 한상진, 변요한이 있다. 같이 오래 봐온 사람들이 편하고 서로에게 위안도 되는 것 같다. 오달수 형도 의지가 많이 되는 사람이다. 연락을 자주하진 않지만 카메오 부탁할 때 하는 정도(웃음)."
-오달수와 '조선명탐정3'을 또 한다고.
"오달수뿐만 아니라 김석윤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모두 함께 간다. 애정이 큰 작품이다. 개인의 성취욕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힐링'한다는 느낌이 든다. 배우에 대한 배려를 따지자면 김석윤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감히 최고라 말하고 싶다."
-좋은 현장을 다큐멘터리로 남기면 좋겠다.
"다큐는 이제 할 생각이 없다. 전에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촬영하면서 MBC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를 했는데 그 이후 '자신에게 가혹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루게릭병 환자 역할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줘서 그런 것 같다. 그 때 다큐 찍으면서 할 말도 없고, 대본 암기 외엔 할 일도 없어서 제작진이 '건진 게 없어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예능 출연은 어떤가. '배우학교' 새 연기 선생님이면 좋겠다.
"그런 걸 어떻게 하겠나. 절대 못 한다. 나는 할 게 많은 사람이다. 가끔 학교 강의 제안이 오는데 나는 누굴 가르치기 전에 나를 만들어야 되는 사람이다. 나를 위해 노력할 시간도 부족하다."
-너무 겸손한 것 아니냐.
"사실이다. 나는 '연기본좌'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민망하고 싫다. 정말 연기 잘 하는 형님들은 '배우 OOO'으로만 불린다. 나도 '배우 김명민'이 되고 싶다."
사진=이호형 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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