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총기난사범 IS와 직ㆍ간접 연결 정황
FBI, 수년 전 2번 조사하고도 풀어줘 논란
미국 사회가 또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발생한 총기테러가 9ㆍ11테러 이후 최악의 참사인데다 범인이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보 당국은 범인의 테러 조직 연계성을 포착하고도 테러 방지에 실패한 것으로 밝혀져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올랜도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테러 행위이자 혐오 범죄”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비록 수사가 아직 초기상태이지만 이번 사건이 테러 행위이자 증오 행위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며 "우리는 두려움에 굴복하거나 서로 반목하지 않을 것이며 그 대신 미국을 위협하는 자들에 맞서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강조했다.
특히 총기 난사 현장에서 사살된 범인 오마르 마틴(29)이 범행 도중 911에 전화를 걸어 IS에 충성 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IS도 13일 공식 선전 매체인 알바얀 라디오를 통해 “신의 허락 아래 미국의 칼리프 전사인 오마르 마틴이 올랜도 나이트 클럽의 동성애자 모임을 공격했다”며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했다. 다만 미 연방수사국(FBI)과 플로리다주 경찰은 이번 사건을 ‘국내 테러 행위’로 규정짓고 용의자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자생적 테러인지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조직적으로 연계돼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FBI는 2013년과 2014년 마틴을 위험 인물로 분류해 면담 조사까지 벌였지만 이슬람 테러집단과의 직접 연계성을 확인하지 못해 풀어줬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번지고 있다. 론 하퍼 FBI 특별수사관은 “마틴이 2013년에는 동료들에게 자신이 테러 집단과 인연을 맺고 있다고 발언해 조사를 받았고, 2014년에는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시리아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벌인 모너 무하마드 아부살라와 접촉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의 테러 방어망이 뚫렸다는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했다.
역대 최악의 총기 참사에 오바마 행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긴급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도 모든 일정을 중단한 채 귀국길에 오르면서 총력 수사를 다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방문을 예정했던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도 일정을 취소하고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은 미 역사상 최악의 참사이며 명백한 테러 행위이자 증오 행위"라고 규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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