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심상찮은 동시다발 수사… 칼날 겨눈 재벌만 이미 3, 4곳
대우조선해양 수사 이틀 만에
재계 5위 롯데그룹 전격 돌입
한진, 동부, 부영 등도 검찰 손에
개인비리 혐의 등 확대 가능성
“너도나도 특수부 동향에 촉각”
대기업 사정(司正)의 서막인가. 지난 10일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최근 재계에 몰아치고 있는 검찰발(發) ‘사정 태풍’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여러 외부적 요인 때문에 미뤄 왔던 기업 비리 수사가 임기 후반부 본격화하면서 사정정국이 열리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 비리를 전담하는 검찰 특수부의 최근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해 검찰의 특별수사력 약화 논란을 거쳐 올해 초 ‘옛 대검 중수부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출범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을 첫 타깃으로 삼아 공식 활동을 개시했다. ‘사실상의 공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의 천문학적 손실 사태,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금융당국ㆍ회계법인의 책임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행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리고 불과 이틀 만에 롯데그룹 비리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4조원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될 정도로 경영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롯데는 재계서열 5위인 ‘살아있는 기업’이다. 이명박(MB)정부 시절 ‘정치권 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대우조선과 롯데에 대한 수사는 언제든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폭발력을 갖고 있는데, 검찰이 이 정도의 무게감이 있는 사건을 동시 진행하는 것은 분명히 이례적이다. 특히 롯데 수사 착수와 함께 “(정운호 사건 관련 법조비리 의혹, 진경준 검사장의 재산증식 파문을 덮는다는) 오해를 받는다 해도 중요한 재벌 비리가 묻히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검찰 관계자의 일성(一聲)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재계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 정도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 이미 진행 중인 사건만 해도 3, 4건에 달한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억원대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12일 영장이 청구됐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비슷한 혐의로 금융당국에 의해 고발돼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현재로선 기업인의 ‘개인 비리’ 사건이지만, 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본격적인 기업비리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영그룹ㆍ효성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도 조만간 시작될 공산이 크다. 국세청이 수십억원대 탈세 혐의로 이중근 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돼 있다. 단순한 탈세 사건이 아니라, 그 동안 특수1부가 내사해 왔던 의혹 등과 함께 묶어서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포석이 읽힌다. 또, 조석래 회장의 2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사장의 수백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를 2년 전 고발한 사건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가 최근 들어 집중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에선 대형 건설업체인 A사, 중견 제조업체인 B사 등의 오너 관련 각종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이 정도로 동시다발적인 기업 수사가 이뤄지는 것은 솔직히 처음 보는 것 같다”며 “너도나도 특수부 검사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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