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으로 회장 맡은지 10개월
진경준 검증 등 구설에도 건재
역대 회장 거친 수석들은 줄낙마
박근혜정부의 청와대엔 ‘청불회 징크스’가 있다. 청와대 불교 신자들의 모임인 청불회(靑佛會)의 회장을 맡은 수석비서관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생긴 징크스다.
청불회 4대 회장인 우병우 민정수석은 그 징크스마저 이기고 살아 남았다. 새누리당의 4월 총선 참패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장을 바꾸고 수석 10명 중 5명을 교체했지만, 우 수석은 남겨 두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양대 실세’로 불린 우 수석은 이제 ‘원톱’이 됐다.
1~3대 청불회장인 유민봉 조윤선 최원영 전 수석은 대부분 불명예 퇴진했다. 초대 회장인 유 전 국정기획수석은 지난해 1월 물러났다. 청와대 원년 수석으로 1년10개월의 임기를 채우긴 했지만, 인사 발표를 한 시간 앞두고 갑작스레 교체 통보를 받는 바람에 웃으며 떠나진 못했다. 2대 회장인 조 전 정무수석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당청 갈등을 매끄럽게 조율하지 못했다는 논란 속에, 정무수석 취임 11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자진 사퇴했다. 3대 회장인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도 지난해 8월 교체됐다.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부실 대응 책임을 물은 경질 인사였다. 조 전 수석과 최 전 수석이 청불회장을 맡은 지 3,4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청불회장 수난사가 징크스로 굳어졌다.
‘불길한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은 우 수석이었다. 두문불출하는 게 숙명인 민정수석이 청와대 소모임의 회장을 맡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지난해 8월 그를 만나 “그간 청불회장이 자주 바뀌었는데, 오래 하셨으면 좋겠다”고 덕담까지 했다고 한다.
청불회장을 맡은 이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우 수석은 건재하다. 우 수석은 ‘넥슨 주식 대박 스캔들’의 주인공인 진경준 검사장을 올 2월 승진시킬 때 재산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여러 차례 구설에 휘말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매번 우 수석을 재 신임했다.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고강도 수사를 시작하는 등 정권 차원에서 기획하는 사정 태풍이 몰아칠 조짐을 보이면서, 우 수석의 ‘힘’은 오히려 더 커질 전망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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