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권부터 MB 정권까지
부패 척결 등으로 시작됐다가
가족 측근 비리 등 드러나며
결과는 레임덕 가속화 이어져
‘1987년 체제’ 이후 역대 정권의 공통점 중 하나는 집권 4년차 현상이다. 임기 4년차에 권력비리가 불거져 사정(司正)정국이 전개되고, 이는 정권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가속화시키곤 했다. 노태우 정부 이후 이명박 정부까지 공통적으로 반복된 징크스였다. 박근혜 정부 4년차에 검찰이 사정의 칼을 빼 들었다. 대통령 측근이나 친인척 비리가 아닌 대기업 비리 수사로 사정이 시작되는 점은 이전과 다르다. 검찰 수사가 레임덕을 차단하려는 정부의 '군기 잡기'로 읽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정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화 이후 역대정권들은 집권 4년차에 권력비리나 정경유착형 게이트로 얼룩져 휘청대다 국정운영의 동력을 순식간에 상실했다. 노태우정부 4년차인 1991년 수서비리 사건은 4년차 징크스의 원조격이다. 개발제한구역이던 서울 수서·대치 공공용지에 서울시가 아파트 개발 특혜를 내줬고, 특혜를 받은 한보그룹의 정치권에 돈 로비한 내용이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장병조 당시 청와대 비서관과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 국회 건설위원장이던 민자당 오용운 의원 등 의원 5명이 구속됐고, '보통사람'을 외치던 노태우 정권의 국정 장악력은 단숨에 꺾였다.
5년 뒤인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 장학로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17개 기업으로부터 27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해 감청 정찰기 도입 사업인 백두사업 비리까지 불거지며, 이양호 국방부 장관이 단죄됐다. 이듬해 한보사태 속에 아들 현철씨까지 구속되자 김영삼 정권은 회복불능 상태로 추락했다.
김대중 정권의 4년차는 각종 게이트로 뒤범벅 됐다. '이용호 게이트'를 시작으로 윤태식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정현준 게이트까지 이어지며 대통령의 아들 3형제까지 비리로 단죄 받았다. 노무현 정권 4년차인 2006년은 '바다 이야기' 파문이 휩쓸었다. 사행성 게임 산업에 노무현 정권 실세들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도덕성을 앞세웠던 노무현 정부는 치명상을 입었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4년째인 2011년 공직사회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 사정기관을 동원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비리수사가 대통령 측근 비리로 불똥이 번지면서 검찰 사정은 본격적인 레임덕의 단초가 되고 말았다. 김대중 정권도 집권 4년 차에 언론사 세무조사 카드를 빼 들었으나, 레임덕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 정부의 사정은 레임덕을 사전에 차단하고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4·13총선이 가져온 여소야대 정국의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검찰 사정이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건 역대 정권들이 보여주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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