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얼굴 가리는 심리는

가까운 사이였다면 죄책감

비닐 테이프로 꽁꽁 묶으면 살인도구나 가학적 성취향

게티이미지뱅크

악명 높았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에서 피해 여성들은 얼굴이 속옷으로 덮인 채 발견됐다. 이처럼 살인을 저지른 뒤 피해자의 얼굴을 가리거나 무언가로 묶는 범죄는 자주 발견된다. 그러나 얼굴을 가린 정도와 방법에 따라 범죄 의도는 다르게 해석된다는 게 범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살인범이 얼굴을 가리는 행위의 이유를 죄책감으로 분석한다. 주로 가족, 지인 등 자신과 가까운 사이였던 사람을 살해했을 경우 얼굴을 가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평소 만났던 중국인 A(23ㆍ여)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쉬모(33)씨는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서 미안함을 느껴 얼굴만 흙으로 덮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범인이 시신의 얼굴을 가리는 것을 넘어 비닐을 묶거나 테이프로 싸맨다면 이는 단순히 죄책감에 따른 행위로 볼 수만은 없다. 머리를 싸맨 비닐은 일종의 살인 도구였거나 살인범의 가학적 성 취향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2006년 군포ㆍ안양 등지에서 젊은 여성 3명을 납치해 살해한 뒤 유기한 연쇄살인범 김윤철이 그런 경우다. 김윤철의 손에 희생당한 피해자들은 발견 당시 입에 모두 팬티가 물려 있었고, 얼굴에는 포장용 투명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사인은 모두 질식사. 김윤철은 여성들을 죽이기 위해 그들의 머리를 ‘포장’해버렸다. 2005~2006년 발생한 ‘신정동 연쇄살인사건’에서도 두 번째 피해자는 발견 당시 머리가 검정 비닐봉지에 싸인 채 전신이 노끈과 대형 비닐봉지로 꽁꽁 묶여있었다. 두 사건 모두 범인이 피해자들의 성기에 이물질을 넣는 등 이상 성향을 드러냈다.

청주 비닐봉지 살인 사건 피해자 이진숙(당시 57세ㆍ가명)씨의 경우 시신으로는 변태 성행위나 외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범인이 이씨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씌운 의도가 명확하진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으로도 범인이 이씨 사망 후 비닐봉지를 씌웠는지, 혹은 비닐봉지가 직접적 살인 도구였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12일 “얼굴을 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닐 봉지를 두 번이나 묶었다면 살인을 위해 고의적으로 묶었을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며 “면식범이나 전과자 등에서 범위를 넓혀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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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양산 택시기자 살인사건

③광주 대인동 식당주인 살인사건

④포항 40대 여성 토막 살인사건

⑤남양주 아파트 밀실 살인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