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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계열사간 지분 헐값 매매 겨냥한 檢 칼끝… 비자금 열쇠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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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계열사간 지분 헐값 매매 겨냥한 檢 칼끝… 비자금 열쇠 찾을까

입력
2016.06.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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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롯데건설 등이 보유한 상사 지분 저가에 사들여 의혹

호텔롯데에 알미늄 보유 지분 400억 이상 싼 값에 팔기도

내부거래 통한 경영진 배임, 횡령, 비자금 조성 여부에 수사 집중

그룹 차원 자금 몰아주기 정황도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이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이뤄진 롯데 계열사 간 지분 거래에 우선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계열사의 상당수 매출이 ‘그룹 내 거래’에 의존하고, 재벌 가운데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빈번한 순환출자 구조를 바탕으로 그룹 내 계열사 지분 매매가 횡령 배임으로 이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이러한 수상한 내부거래가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기여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12일 한국일보가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주요 롯데 계열사의 공시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롯데쇼핑 등이 다른 계열사와 주식을 헐값으로 매매하면서 수백억원 대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쇼핑은 2014년 7월 롯데상사의 지분을 롯데건설(5만4,484주)과 롯데정보통신(1만112주), 롯데칠성음료(1만6,875주) 등으로부터 주당 36만8,000~37만8,000원에 사들였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이 2015년 제출한 사업보고서는 해당 주식 매각으로 “129억700만원의 처분손실을 계상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기 롯데정보통신의 감사보고서에도 롯데상사 주식 처분으로 인해 “17억9,200만여원을 금융손실로 인식했다”고 기재했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주식처분으로 인한 수익만 기재하고 손실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롯데건설 및 롯데정보통신의 거래와 비교할 때 2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롯데쇼핑이 지난해 11월 보유하고 있던 롯데알미늄 주식 전량(12만5,000여주)을 400억원 이상 싼 가격에 호텔롯데에 매각한 부분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된 금액은 약 840억원 상당으로 주당 67만1,907원 꼴이다. 하지만 당시 롯데 측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롯데알미늄의 주당 주식가치를 69만9,303원으로 산정하고 있어 2만원 이상 싼 가격에 팔아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롯데알미늄의 순자산가치(1조665억원 상당)를 발행주식수(103만7,000여주)로 나눴을 경우 주당 시장 가치는 102만7,600원 상당으로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주당 30만원 이상, 총 440억원 이상 싸게 판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특정 부실 계열사에 그룹 차원에서 ‘자금 몰아주기’를 한 정황도 발견되고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업을 하는 비상장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은 지난해 7월 롯데닷컴과 코리아세븐, 롯데정보통신으로부터 총 1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세 회사 모두 출자 목적에 대해 “투자회사의 재무건전성 및 경영권 유지”라고 밝혔다. 롯데피에스넷은 2012년과 2013년에도 다른 계열사로부터 수백억원대 자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의 잦은 ‘내부 부당거래’의 주요 배경으로 비상식적인 수준의 순환출자 구조를 꼽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대기업 집단 주식 소유 현황에 따르면 롯데의 순환출자고리는 416개다. 같은 시기 삼성(10개), 현대차(6개) 등 재계 서열이 더 높은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롯데쇼핑을 시작과 끝으로 하는 순환출자 고리가 무려 383개에 달한다. “(롯데의 구조는) 1997년 외환위기(IMF) 이전의 재벌기업들과 유사하다”는 검찰 관계자의 지적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검찰은 이처럼 자금흐름 추적이 어려운 계열사 소유 구조를 기반으로 진행된 내부거래가 경영진의 배임ㆍ횡령 및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활용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일 검찰이 압수수색한 회사들 역시 상당수 매출을 내부 거래에 의존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2015년 매출(6,025억여원)의 86.7%인 5,226억원을, 대홍기획은 매출(3,613억여원) 중 58.9%인 2,127억원을 다른 롯데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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