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해상은 단속 거의 안해
연평도 몰려와 불법조업 극성
임시로 머무는 가박지까지 형성
“北 어민이 잡은 수산물 사들이는
평화 파시 설치를” 어민들 제안
군과 해경,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로 구성된 ‘민정경찰’이 한강 하구에서 중국어선 퇴거작전을 시작한지 사흘째인 12일에도 300척이 넘는 중국어선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불법 조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으로 중국어선 302척이 서해 NLL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했다. 일주일 전 중국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참다 못해 어민들이 직접 나포작전까지 편 연평도 인근에 출몰한 중국어선만 140척에 달했다. 11일에는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50톤급 중국어선 1척이 나포작전에 나선 해경특수기동대원들을 배에 태운 채 북쪽으로 달아나다 붙잡히기도 했다.
박태원(56) 연평도 어촌계장은 “예년에는 중국에서 금어기가 시작되는 6월이면 중국어선이 대거 빠져나갔으나 여전히 많은 중국어선이 서해 NLL 선상에 떠 있다”며 “우리 금어기가 시작되는 7월에도 중국어선이 계속 머무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어민들은 특히 민정 경찰의 퇴거작전으로 강화도 인근 한강 하구에서 밀려난 중국어선들이 연평도 등으로 넘어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해 NLL과 연평도 사이에는 이미 중국어선들이 임시로 머무르는 가박지가 형성돼 있다.
연평도의 한 어민은 “강화도에서 퇴거작전을 펴면 중국어선이 갈 곳은 북한 연안이나 연평도 인근 밖에는 없다”며 “중국어선들은 이미 서해 NLL 인근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을 우려해 마음껏 단속작전을 하지 못한다는 걸 잘 안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을 막는 방안으로, 북한 어민이 잡은 수산물을 우리 어민들이 사들이는 바다 위 어시장인 ‘평화 파시’를 서해 NLL 해상에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 등보다는 파시 설치가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문 닫을 정도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 어촌계장은 “남북 어민들이 공동어로구역에서 같이 조업하는 것은 서로 사상과 체제가 다른 현실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며 “정부가 서해 NLL 중국어선 단속에 속수무책이고 외교적 대안도 마땅치 않는 상황에서 파시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강 하구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이 10일 북한 연안으로 도주한 이래 민정경찰과의 대치 상황도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중국어선이 10, 11일 이틀간 하루에 여러 척씩 한강 하구를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10여 척은 북한 연안에 머물고 있다”며 “이곳을 관할하는 북한군 4군단도 특이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10일 북쪽으로 도주한 중국어선이 11일 물때에 맞춰 조업에 나서려 하자 재차 퇴거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어선 대부분이 다시 북쪽으로 도망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장기전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12일에는 중국어선이 움직이지 않아 작전을 중단한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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