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ㆍ브라질 경제 협력의 결정판”
동국제강이 사업의 기획 맡고
브라질 기업 발레가 원료 공급
포스코가 기술ㆍ가동을 책임 져
“현대식 용광로, 수익 개선 기대”
철강 제품 슬래브 160만톤 확보
그동안 외부서 수급 실적에 영향
“연간 1000억원 매출 증가 기대”
동국제강이 브라질에서 지은 제철소의 용광로에 첫 불씨를 넣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국내에선 세 번째로 현대식 용광로 제철소를 세운 기업이 됐다. 또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브라질에서 고로 제철소를 가동하게 됐다.
동국제강은 10일(현지시간) 브라질 동북부 세아라주 페셍 산업단지 내 위치한 CSP제철소에서 용광로 화입(火入)식을 가졌다고 12일 밝혔다. 화입은 쇳물의 원료인 철광석과 코크스가 들어 있는 용광로 하단부에 불을 점화하는 것으로, 제철소가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동국제강은 1965년 삼화제철소의 소형 용광로를 인수해 운영한 바 있고, 고철을 쇳물로 만드는 전기로 공장을 인천과 포항에서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대식 대형 용광로를 운영하는 것은 창립 62년 만의 쾌거다.
이번 CSP제철소 건설은 한국과 브라질 양국 경제 협력의 결정판으로 평가 받는다. 동국제강은 지분 30%를 투자, 전체 사업의 기획을 맡았다. 또 브라질 최대 철광석 회사인 발레(지분 50%)가 원료 공급을, 포스코(20%)가 기술과 가동을 책임지기로 했다. CSP제철소엔 국내 기업이 해외에 건설한 제철소 중 최대인 총 55억달러(약 6조4,000억원)가 투자됐다. 공사에도 4년이 걸렸다. 제철소와 별도로 세아라 주정부 등과 함께 7억달러(약 8,100억원)가량의 항만, 발전소, 변전소 등 인프라 투자도 병행됐다.
장경호 창업주와 장상태 전 회장 등이 이어오던 제철소 건설의 꿈은 장세주 동국제강 전 회장이 취임한 2001년부터 본격화했다. 브라질에 제철소를 짓기로 결심한 장 전 회장은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등을 직접 만나 제철소 지원 약속을 받아 낸 뒤 주정부 관계자들과도 접촉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장 전 회장은 상습도박과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지난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 받아 이번 화입식에는 참석할 수 없었다.
CSP제철소의 가동으로 동국제강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동국제강은 그 동안 철강의 중간 제품인 슬래브를 모두 외부에서 수급했다. 가격 변동에 따라 비싸게 구매하거나 제 때 수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수 년 동안 경영실적도 악화했다. 그러나 이번 CSP제철소 건설로 동국제강은 연간 160만톤의 슬래브를 확보하게 됐다. 이 중 60만톤은 국내로 들여오고, 100만톤은 글로벌 시장에 내다 팔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두께 6㎜이상의 철판인 후판 제작 사업에서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둬 연간 1,000억원 가량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CSP제철소 건설은 용광로 제철소를 만들겠다는 3대의 걸친 꿈이 실현된 것”이라며 “CSP를 세계 최고의 제철소로 이끌어 향후 그룹 차원의 브라질 기반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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