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심재걸] 중국 방송사의 국내 콘텐츠 표절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국 장수위성TV가 지난 9일 방송한 '명곡이었구나(原来是金曲)'는 코엔이 제작하고 SBS에서 전파를 탄 '심폐소생송'과 사실상 일치했다. 앞서 코엔 측이 "표절로 인한 권리 침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중국 방송사는 편성을 강행했다.
4명의 '노래 깨우는 자'(심폐소생사)가 1절을 부른 뒤 현장 200명 관객의 투표를 통해 '노래 깨우기' 여부를 결정했다. 120표 이상을 획득하면 원곡자가 등장하고, 남은 노래가 불렸다. 명칭을 제외하고, 프로그램의 기획·포맷·규칙·내용 등이 모두 '심폐소생송'과 동일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중국 방송의 무차별 베끼기 행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무한도전' '슈퍼맨이 돌아왔다' '히든싱어' '판타스틱 듀오' '안녕하세요' 등이 판박이 구성으로 중국에서 제작·방영돼 논란을 빚었다.
중국 방송사의 '될대로 되라'는 식의 자세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3월 코엔과 장수위성TV는 '심폐소생송'에 대한 합작확인서를 주고 받았다. 장수위성TV가 '심폐소생송'의 포맷을 구입할 의향이 포함된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 코엔은 "장수위성TV는 녹화 직전 중국 내 규제를 이유로 판권을 사지 않은 채 제작 인력만 원했다. 또 저작권이 장수위성TV에 있음을 명시하자는 등 지나친 요구를 해왔고 결국 협의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협의가 명확히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엔의 허락 없이 장수위성TV가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껴 제작하고 방영한 셈이다.
코엔은 중국의 이러한 부당 행태를 바로잡고자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각 방송사·독립제작사협회 등 유관 기관에 협조를 요청,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단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 공문을 보내 장수위성TV의 '심폐소생송' 표절 사실과 저작권 침해 사항을 고발했다. 광전총국은 중국의 라디오·TV 영화산업 등을 관리·감독하는 국무원 직속기구다.
독립제작사협회장이기도 한 코엔의 안인배 대표는 "중국 방송사의 저작권 침해와 불공정 거래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정부와 지상파 3사가 합심해 우리 콘텐츠를 지킬 수 있는 보호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심폐소생송'(왼쪽)과 중국의 '명곡이었구나' 방송 캡처.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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