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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Text Messaging and Grammar(문자 통신과 문법)

입력
2016.06.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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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나 texting 에서 문자가 오간다. 문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소위 규칙을 따진다. 그런데 그 규칙은 이미 수백 년 전에 전통으로 굳은 것이지 지금처럼 실시간 문자 통신의 규칙은 아니었다. 그래서 texting messaging rule이라는 얘기가 새롭게 나오고 그 기준은 달라야 한다는 반대 주장이 끊이질 않는다.

만약 회사에서 업무상 필요에 따라 직원에게 업무 서신의 초안을 문자 통신으로 보낸다면 이는 공식 문서이기 때문에 기존 문서 작성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직원끼리의 문자 대화나 일상의 e-mail에서는 문장체 언어가 쓰일 이유가 없으며 그런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공식적인 문장도 아니고 일상의 문자 대화도 아닌 그 중간쯤의 문자 통신도 있다. 편하게 지내는 상사 부장님과의 대화는 적당히 informal하고 적당히 formal한 관계이므로 texting에서 오가는 문자 통신 또한 절반씩 섞여 있다. ‘Grammar Snobs’라는 책에서는 문자 통신와 관련해 새롭게 발전한 디지털 언어에서는 몇 백 년 전의 구닥다리 문장체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와 같은 문장은 책의 제목으로서 그리고 당시(1940)에 쓰이던 문장 기준으로 문법대로 쓰여진 것이다. David Marsh의 책 ‘For Who the Bell Tolls?’ 제목이 주는 메시지처럼 ‘For who the bell tolls?’ 같은 문장 구조는 Twitter나 Facebook 등에서 쓰이는 가장 보편적인 문장체다. 구어체가 문장으로 남는 texting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앞으로 더더욱 많아질 것이다. 소통에 지장이 없고 의미의 혼동이 없으며 쌍방에 거부감도 거의 없기 때문에 논란도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구어체 상황은 어떤가. 회사 정문에 도착하면 경비실에서 ‘누구를 만나러 오셨습니까?’라고 제법 정중하게 공식적으로 묻는다. 그런데 이 흔한 질문에서 ‘Whom do you wish to see?’라고 묻는 원어민 경비원은 거의 없다. 구어체 버전으로 ‘Who do you want to see?’ 같은 문장이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고전 문법 규칙이 마음에 걸린다면 이도 저도 아닌 ‘How may I help you?’라고 물으면 그만이다. 건물 인포데스크 안내원이 ‘To whom do you want to talk?’라고 묻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가장 문법에 충실한 문장이기 때문이다.

영국 처칠 총리의 유명한 일화에서처럼 전치사는 문장 끝이 아니라 소속 명사나 대명사에 붙여 써야 하기 때문에 완벽한 문법 문장이다. 그럼에도 실제 사용 빈도를 보면 ‘Whom ~to?’보다 아예 구어체 버전 ‘Who do you want to talk to?’로 말하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 1990년대 초에는 대화체의 문법 문제가 토론의 주제였는데 이제는 문자 통신의 어법 문제가 더 민감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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