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ㆍ개발로 해안 침식 심각
매년 모래 메우기‘땜질처방’반복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각종 해안 개발 등으로 인해 제주 해안 침식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 해수욕장 모래가 바다로 쓸려가고 있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해수욕장은 드넓은 백사장으로 유명했지만 모슬포 운진항에 방파제와 해안도로가 건설된 이후 조류의 흐름이 바뀌어 모래 유실이 심각해졌다. 이 때문에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폐장하는 위기를 맞았다가 2012년부터는 여름철마다 다른 지역 모래를 메우는 정비 작업을 통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피서객들에게 인기를 끌던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황우치 해변. 이 해변은 16만여㎡의 검은 모래사장이 드넓게 형성돼 용머리 해안과 기암절벽, 산방산 등과 조화를 이뤄 경관이 아름다운 해변이었지만 화순항에 방파제가 설치된 후 모래가 급속도로 사라져 최근 들어서는 황폐한 모습만 남아있다.
섬 속의 섬으로 유명한 우도의 홍조단괴 해수욕장도 최근 30여년간 면적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홍조단괴 해빈(모래사장) 면적은 지난 1979년 1만8,318㎡에서 2013년 1만2,765㎡로 30%(5,553㎡) 가량 줄었다. 홍조단괴가 유실된 원인은 인근에 설치된 해안도로 때문이다.
도내 유명 해수욕장인 함덕ㆍ협재ㆍ이호ㆍ곽지해변도 모래 유실이 반복되면서 다른 지역 모래를 갖다 보충하거나 조류 또는 바람의 영향으로 한쪽에 쏠린 모래를 빈 곳에 메우는 등 매년 여름철마다 땜질식 정비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주의 해변은 화산활동 등으로 다른 지역과 다른 화산사토(모래흙)로 이뤄져 있어, 다른 지역 모래를 반입해 정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른 지역의 흰모래나 강모래가 제주 해변 모래와 섞일 경우 고유의 특성이 사라지고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제주지역 주요 해변 11곳에 대한 연안 침식 모니터링 시행 결과 7곳이 C등급(우려) 판정을 받을 정도로 제주해변 침식은 심각한 상황이다. 해안침식은 상태에 따라 A(양호), B(보통), C(우려), D(심각) 등 4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이처럼 제주지역 해변 침식 지역이 확대되는 이유는 해수면 상승과 태풍 등 기후적 요인과 함께 해안도로,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 건설로 인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해안정비는 제주 환경에 맞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매년 여름철이면 해수욕장 개장을 위해 타 지역 모래를 갖다 보충하고 있다”며 “해안 침식에 대한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복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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