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음주사고를 냈더라도 사고지점 급커브 도로의 관리가 부실했다면 정부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김소영 판사는 사망사고를 배상한 자동차 보험사 K사가 도로관리자인 정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보험사에 2,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12일 밝혔다.
이모씨는 2011년 8월 새벽 3시쯤 만취상태(혈중알코올농도 0.147%)에서 충남 아산시 염치읍의 편도 2차선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전하다 급커브 구간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차에 동승하고 있던 김모씨가 바깥으로 튕겨 나가 현장에서 즉사했다. 보험사는 이씨와 사망한 김씨의 유가족에게 합의금과 치료비, 배상금 명목으로 모두 2억7,620만여원을 지급했다.
이후 보험사는 “사고지점은 급경사의 낭떠러지로 길가에 강성(콘크리트) 방호울타리를 설치해 차량 이탈을 막아야 하지만 1단 가드레일과 가드 파이프만 설치해 피해가 커졌다”며 유족 등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을 물어내라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도로설치와 관리상 일부 과실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김 판사는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은 도로 곡선구간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곡선구간이 급하게 시작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사고지점 도로에는 직선구간과 곡선구간 사이에 충분한 완화구간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고지점은 좌측 급커브 구간으로 길가의 높이가 9.1m에 달하고 비탈면의 경사는 49도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다. 비탈면 아래엔 차량이 다니는 시멘트 콘크리트 농로(農路)가 있어 차량이 추락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이다.
재판부는 “사고지점은 강성 방호울타리를 설치해야 하는 곳인데 적합하게 설치ㆍ관리하지 못한 하자가 있고, 이 사고는 이 같은 도로상의 하자와 차량 운전자의 과실 때문에 발생했다”며 국가의 책임을 10% 인정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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