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타워 역할 정책본부 등
檢 “특정 사업 과정의 불법 넘어 근본적 비리 구조 전방위 수사”
오너일가 비자금 관여 여부 핵심
구체적 사용처 추적이 다음 수순
정-관계 유입 확인 땐 메가톤 파장
그 동안 ‘사정(司正) 무풍지대’나 다름 없었던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적이다. 10일 압수수색을 당한 장소는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본부와 계열사 6곳,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택 및 집무실 등 무려 17곳에 달한다. 특정 사업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가 아니라, 그룹 전반에 퍼진 근본적인 비리 구조를 파헤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1차적인 수사 초점은 계열사 간 자산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다. 검찰은 2014년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사건을 수사한 이후, 비자금 조성 단서를 추가 포착해 그 동안 내사를 진행해 왔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도 “롯데쇼핑 본사에서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의 사업본부로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흘러갔다”는 첩보를 전달받아 자금 흐름을 분석해 왔다. 검찰은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거쳐 롯데그룹 전체에서 수백억원의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날 확보한 압수물에는 ‘부서 간 경비 이동’ 관련 자료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계열사들끼리 의심스런 자산 거래가 많다”며 “횡령 및 배임을 통한 비자금 조성 수사”라고 말했다.
특히 롯데그룹의 심장부인 호텔롯데,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단순한 경영진 비리라기보다는 오너 일가가 비자금 조성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그룹 경영 구조에 대해 “1997년 외환위기(IMF) 이전의 재벌기업들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회사 자금이 오너 일가를 위해 마치 사금고처럼 쓰였던 전근대적 기업 시스템에서 아직 롯데그룹이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음 수순은 비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추적하는 단계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 일가의 곳간을 채우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관심의 초점은 정ㆍ관계의 유력 인사들에게로 흘러갔는지 여부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4월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심사 때 2014년 납품비리 사건으로 처벌된 임직원 숫자를 10명에서 6명으로 축소신고했는데도 심사를 통과한 것과 관련, 롯데 측과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들의 유착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 감사에선 금품수수 사실이 나오지 않았지만, 검찰은 롯데의 금품로비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정도 수준에서 이번 수사가 끝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현재로선 기업 비리 사건”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서울중앙지검의 인지수사 부서 2곳(특수4부, 첨단범죄수사1부)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여느 대기업 사건보다 훨씬 더 방대한 비리를 포착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한 비리 첩보가 수집돼 있다”면서 대대적인 수사 확대를 예고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