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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고 보니 1억 넘는 첼로 ‘과르니에리’… 택시기사, 분실물인 척 돌려주려다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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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고 보니 1억 넘는 첼로 ‘과르니에리’… 택시기사, 분실물인 척 돌려주려다 덜미

입력
2016.06.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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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처 못찾자 “사례금 5만원만”

택시기사 이모씨가 훔친 고가의 첼로. 서울 성동경찰서 제공
택시기사 이모씨가 훔친 고가의 첼로. 서울 성동경찰서 제공

인천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이모(52)씨는 지난달 17일 자정쯤 서울에 승객을 내려줬다. 다시 인천으로 돌아갈 승객을 찾던 그는 성동구 성수동 한 음식점 앞에 차를 세우고 콜택시 연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두 시간 넘게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참 지루해질 찰나 커다란 가방을 든 박모(25ㆍ여)씨가 이씨의 눈에 들어왔다.

술에 취한 박씨는 자신의 몸채 만한 가방을 옆에 세워놓고는 인근을 서성였다. 30~40분이 지나도록 가방에 신경을 쓰지 않는 박씨를 지켜보던 이씨는 그가 잠시 시야에서 사라지자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그대로 내달렸다.

가방 안에 든 것은 첼로였다. 돈이 되겠다 싶었던 이씨는 첼로를 팔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도통 판매처를 찾을 수 없었다. 박씨의 첼로가 보통 악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울 유명 대학원에 재학 중인 박씨의 첼로는 ‘스트라디바리’ ‘아마티’와 함께 이탈리아 최고 현악기 제작 가문으로 꼽히는 ‘과르니에리’ 에서 1780년 제작한 최고급 제품이었다. 가격은 무려 1억5,000만원, 가방 값도 200만원에 달했다. 워낙 고가인 탓에 국내에서는 소유권 증서가 없으면 매매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덜컥 겁이 난 이씨는 경찰 수사가 진행될까 봐 서둘러 첼로 가방에 적힌 박씨 지도교수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첼로를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학생이라는 얘기를 듣고 “사례비로 5만원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박씨에게 첼로를 돌려주러 나온 이씨는 결국 기다리던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이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트렁크에 넣어 뒀다가 깜박 잊었다’고 진술했으나 고민을 하다 악기를 돌려주고 대가를 받는 것이 검거되지 않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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