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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제… 아시아 권위주의 정권의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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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제… 아시아 권위주의 정권의 역주행

입력
2016.06.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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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정부 비판글 쓴 3명 구속

국영방송서 ‘공개 참회’ 강요까지

공무원 인터넷 사용 금지 추진 등

싱가포르·태국·중국도 구시대 행태

아시아의 권위주의 국가들이 페이스북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국민을 체포해 ‘공개참회’를 시키는 등 인터넷 상 언론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여론 확산의 기폭제가 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활동을 통제하겠다는 것인데 시대 착오적 조치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라오스 정부는 태국에서 정부를 비판한 글을 온라인에 올린 자국민 3명을 구속해 공영방송에서 대국민 사죄를 시켰다. 솜폴 피마소네(29)와 여자친구 루캄 타마봉(30) 등은 지난달 27일 국영방송인 라오TV에 출연해 “지금까지의 행동을 고치고 바르게 행동하겠다”며 “국가를 배신했던 모든 행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그들의 주변에서 공포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한 경찰은 “국가를 폄하하는 사람은 기필코 처벌될 것”이라고 위협적인 발언을 내 뱉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정부 비판 글을 게재한 혐의로 체포된 피마소네(오른쪽) 등 라오스 국민 2명이 공영방송에서 ‘공개 참회’를 하고 있다. 알자지라 캡처
페이스북에 정부 비판 글을 게재한 혐의로 체포된 피마소네(오른쪽) 등 라오스 국민 2명이 공영방송에서 ‘공개 참회’를 하고 있다. 알자지라 캡처

태국에서 일하던 피마소네 등은 지난 3월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 라오스로 돌아왔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태국에서 일하면서 페이스북에 ‘정부는 부패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고, 라오스 정부가 추적을 계속해오다 귀국하자 즉각 연행한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아 지오게타 국제인권연맹(FIDH) 관계자는 “라오스 정부가 감시의 영역을 국경 너머로 확대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태국에서는 군부를 비판한 글을 온라인에 게재한 야당 인사가 체포됐다고 AFP 통신이 지난 3월 보도했다. 최근 군인들이 쿠데타로 실각해 군부의 감시를 받고 있는 잉락 친나왓 전 총리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유출됐고, 프라잇 왕수완 부총리가 “잉락 전 총리가 예쁘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으로) 염려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야권 정치인 와타나 무앙소크는 페이스북에 “이 같은 발언을 듣다니 믿을 수 없다. 성차별주의자의 발언”이라며 “잉랏 전 총리에 대한 감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분노한 군부는 즉각 와나타를 체포한 뒤 최대 5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컴퓨터범죄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군부가 온라인에서 부적절한 정보 확산을 차단하겠다며 만든 컴퓨터범죄법은 ‘언론 탄압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와타나는 조사를 받은 후 페이스북에 “경찰서에서 13시간 정도의 조사를 받았다”며 “컴퓨터범죄법 위반을 인정했다”고 털어놨다. 군부정권의 프라윳 찬-오차 총리는 “그가 비판하지 않으면 우리도 성가시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군이 체포했다고 말하지 말라”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일당 지배 체제인 싱가포르 정부는 공무원의 인터넷 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10일 현지 언론 스트레이츠타임즈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업무용 메일이나 문서 공유로 보안 위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 5월부터 공공기관에서의 인터넷 접속을 금지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다만 개인용 기기로 인터넷을 쓰는 것은 허용된다. 싱가포르 내부에서 조차 “정보강국을 만든다면서 인터넷을 차단하냐’는 조소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사이버 안보 강화’를 이유로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취임 후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 정부도 ‘만리장성(Great Wall)’에 비유되는 인터넷 검열 체계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구축했다. 중국 시민단체에 그레이트파이어에 따르면 접속이 가능했던 사이트 중 25%가 차단됐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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