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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마다 쾅쾅쾅 반세기… 탄피 3만개 걷어 냈다

입력
2016.06.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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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나간 삶의 터전

한국전쟁부터 갯벌서 사격훈련… 1만㎡ 섬 면적의 절반 이상 사라져

주일미군도 날아와 폭격 연습

희생 딛고 평화활동 일궈내

불발탄 등 사고로 35명 사상

1988년 주민 점거농성 저항

탄피 수거 정화활동으로 발전

경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농섬 일대는 1951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54년간 미 공군 사격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매향리 옛 지명인 고온리의 영어 표기(KOONI)를 미군들이 쿠니로 발음하던 것이 그대로 굳어 쿠니 사격장 또는 매향리 사격장으로 불렸다.

본디 농섬은 생명의 땅이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전 농섬은 소나무 등이 우거지고 먹이가 풍부한 갯벌을 품은 무인도였다. 먹을 게 없던 시절, 철새들이 낳은 알을 수거해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하지만 남북 분단의 비극은 평화롭던 매향리를 죽음의 땅으로 내몰았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미 공군은 매향리 농섬을 해상표적으로 삼아 사격훈련을 시작했고 1952년 한미행정협정에 의해 훈련장으로 정식 지정했다.

1954년 미군 주둔 이후엔 연간 250일, 일 평균 11시간, 15~30분 간격으로 포탄을 투하했다고 한다. 농섬은 227kg짜리 연습탄 ‘NK-82’와 12kg짜리 ‘BDU-33’(방망이탄) 등에 찢기고 부서져 1만여㎡ 규모이던 면적이 절반 이상 날라가 현재는 3,000여㎡에 불과한 상태다. 주민 김모(68)씨는 “조종사의 헬멧이 다 보일 정도로 저공비행을 하며 포탄을 쏘아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미군이 사격장으로 쓰는 동안 주민 피해도 극심했다. 인근 713세대 4,000여 명에 달하는 주민이 전투기 오폭과 소음 등에 시달렸다. ‘매향리 미 공군 국제 폭격장 철폐주민대책위원회’등의 자료를 보면 8개월 임신부를 포함해 불발탄 등의 사고로 13명이 사망했고 22명이 손목 절단 등의 중상을 입었다.

비행기 굉음과 폭격소리 등으로 심한 우울증과 트라우마(trauma)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민만 34명이나 된다.

매향리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 2000여명이 지난 2000년 사격훈련 중지 등을 요구하며 미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매향리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 2000여명이 지난 2000년 사격훈련 중지 등을 요구하며 미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피해를 참다 못한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1988년부터 수 차례 사격장 점거농성을 벌였다. 국회 및 정부에도 청원서를 제출, 2000년 8월 농섬을 제외한 육상 기총사격이 중단됐다. 2004년에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주민 반발이 극심하자 국방부는 매향리 육상과 해상 사격장 2,322만여㎡의 관리권을 넘겨받아 2005년 8월12일 폐쇄했다. 대신 전북 군산시 ‘직도’(군산 서방 60㎞)에 대체 사격장을 만들어 미 공군에 제공 중이다.

철조망이 걷히기까지 50년 넘도록 매향리 농섬이 공군 사격장으로 쓰인 것은 군사 전략적으로 최적의 훈련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1.5~1.6km 근처에 민가가 있어 조종사들이 긴장감을 갖고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만규(60) 대책위원장은 “일본 오키나와 등 아시아에 주둔 중인 미 공군 편대가 오산 비행장에 집결, 매향리 농섬에서 실전같이 포를 쐈다”며 “미국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반환을 거부하려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고 전했다.

육군 51사단 장병들이 2013년 12월 매향리 농섬 주변에서 환경정화작업 중에 수거한 사격 잔재물을 들고 있다. 2012년 국방부 용역결과 사격잔재물의 99%는 농섬 반경 500m 이내에 산재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 51사단 장병들이 2013년 12월 매향리 농섬 주변에서 환경정화작업 중에 수거한 사격 잔재물을 들고 있다. 2012년 국방부 용역결과 사격잔재물의 99%는 농섬 반경 500m 이내에 산재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 위원장은 사격장 폐쇄 뒤 농섬 등에 남은 탄피를 수거하는 등 정화 활동을 펴고 있다. 군(軍)의 묵인 속에 그와 주민들이 거둬들인 양만 무려 3만여 개 이른다. 녹슨 탄피는 우정읍 매향리 대책위 사무실 앞마당에 가면 여전히 볼 수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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