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순간도, 성공적인 순간도 많았다.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박인비(28ㆍKB금융그룹)가 마침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역대 최연소이자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다. 박인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사할리 골프클럽(파71ㆍ6,624야드)에서 개막한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면서 명예의 전당 가입 요건을 채웠다.
박인비가 마지막 18번홀을 보기로 끝내면서 홀 아웃하자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한 폴라 크리머(30ㆍ미국)가 가장 먼저 포옹을 하며 명예의 전당 가입을 축하했다. 이어 LPGA 커미셔너 마이크 완이 꽃다발을 건넸고, 곧바로 한국인 최초의 명예의 전당 입회자인 박세리(39ㆍ하나금융)가 다가와 박인비를 안아줬다. 어머니 김성자 씨와 남편 남기협 씨도 꽃다발을 안기며 위대한 업적을 함께 기뻐했다.
축하는 계속 이어졌다. 코스를 벗어난 박인비를 기다린 사람은 명예의 전당 회원인 줄리 잉스터(미국)였다. 축하 인사를 건넨 잉스터는 박인비 얼굴의 보드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장난을 치며 박인비를 또다시 웃게 만들었다.
데뷔 10년만에 이룬 새로운 골프역사였다. 박인비는 27세 10개월 28일이라는 역대 최연소 가입자로 기록됐다. 2007년 박세리(29세 8개월여만에 가입) 이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여자골퍼로는 두 번째로 명예의 전당 입성이다.
66년 LPGA 역사에서 명예의 전당 가입은 박인비를 포함해 25명밖에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어렵다.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기 위해선 LPGA가 정한 기준에 따라 27포인트를 획득해야 한다. 여기에 올해의 선수,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 수상 경험도 있어야 하고 투어에서 최소 10년 이상 뛰어야 한다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가능하다.
2007년 LPGA 투어에 뛰어든 박인비는 10년간 통산 17승을 달성했다. 이중 메이저대회 7승(각 2점)과 일반 대회 10승(각 1점), 올해의 선수(1점), 평균 타수상 2회 수상(각 1점)을 받아 27포인트를 채웠다.
박인비가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기까지 굴곡도 많았다. 박인비는 데뷔 첫 해인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당시 나이 19세11개월6일)로 우승하며 주목 받았지만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한때 골프를 포기하려고까지 했던 그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병행하며 재기를 노렸다. LPGA에서 다시 우승하기까지 무려 4년의 시간이 흘렀다.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부진 탈출 신호탄을 쏜 박인비는 이후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2013년에는 US여자오픈과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나비스코 챔피언십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한 해에만 6승을 쓸어 담았다.
지난해에는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전신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에서 3연패에 성공했고, 8월에는 브리티시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역대 7번째, 한국인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박인비는 “셀 수 없이 많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꿈을 꿨지만 막상 들어가고 나니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너무도 자랑스럽고 나는 축복받은 사람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많은 것을 이루고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돌려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면서 “나를 보면서 많은 주니어 선수들이나 동료 선수들이 영감을 받고 새로운 세대의 선수들이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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