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회동 직후 입장 밝혀
美 민주단 대선가도 ‘파란불’
미국 민주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급속히 뭉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9일 지지를 선언하고,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도 다음 주 워싱턴D.C. 경선을 마친 뒤에는 반 트럼프 연대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단합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샌더스 의원은 이날 오전 백악관 회동 직후 각각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의 선거 캠페인 웹사이트와 유튜브에 올린 영상물(https://www.youtube.com/watch?v=S9W0F2mz1jc) 에서 “클린턴 전 장관보다 대통령 자리에 더 적합한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녀의 편이다. 열정을 갖고 어서 나가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또 15일에는 위스콘신 유세에 동참할 계획이다. 위스콘신은 오하이오, 미시간 등과 함께 위세를 잃어가는 미 제조업의 중서부 중심지인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하나이며, 이번 대선의 최대 경합지로 꼽히는 곳이다.
샌더스 의원도 백악관 건물 앞에서 진행된 즉석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재앙이다. 유권자들이 여성과 소수집단을 모욕하는 사람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않게 하려고 전력을 다할 것이고, 조만간 클린턴 전 장관을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이 ‘명분 쌓기’용으로 워싱턴D.C. 경선까지 완주한 뒤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과 샌더스 의원의 지지 선언은 트럼프 저지와 민주당의 대선 승리라는 대의명분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클린턴 전 장관의 대권가도에 결정적인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말인데도 지지율이 50%를 넘는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 유권자와 ‘러스트 벨트’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득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 의원의 지원은 트럼프로 돌아설 수 있는 20, 30대 서민 백인계층의 표심을 붙잡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다른 민주당 거물급 인사들의 지지 선언도 잇따라 나왔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발표 직후, “클린턴이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은 신의 뜻”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여성 상원의원 중 유일하게 지지를 유보해온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의원도 가세했다. 워런 의원은 이날 밤 MSNBC의 ‘레이첼 매도 쇼’에 출연, “힐러리 클린턴을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고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의 아이콘’,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워런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의 취약지대인 진보 성향의 젊은 민주당 지지계층에서 인기가 높아, 부통령 후보로도 꼽히고 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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